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의 '솔섬'사진 저작권 공방은 일단 대한항공이 이겼다.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이날 공근혜갤러리가 대한항공을 상대로 낸 '솔섬 광고 사진'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한항공의 '솔섬' 광고가 마이클 케나의 사진을 모방한 것이 아니다'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두 사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않다는 이유로 대한항공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사진의 구도 설정, 촬영한 시점, 빛의 방향이나 양 조절, 촬영 방법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바, 카메라 셔터 속도, 현상·인화 과정 등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히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는 자연물이나 풍경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사진의 저작권 문제를 둘러싼 작가와 기업 간 공방이 일단락됐지만 앙금은 크다.
◆ 항소 VS 손해배상 청구
패소한 케나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고 대한항공 측은 소송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케나 측 김형진 변호사는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이번 쟁점은 단지 자연경관이라는 소재를 독점하느냐가 아니라 같은 소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창작성의 문제"라며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가 창작자의 권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고 지적재산권 체계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반박했다. “공근혜 갤러리 측이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저작권 침해 주장은 전혀 타당하지도 않았다"며 "이번 소송으로 훼손된 기업의 명예 회복을 위해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것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솔섬 사진' 뭐길래?
법정에 서게 된 강원도 삼척의 작은 섬 '솔섬'은 케냐가 사진작품으로 전시하면서 유명해졌다.
2007년 '솔섬'을 찍어 섬의 존재를 널리 알렸고 이후 섬의 보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본래 지명인 작은 섬 '속섬'보다 '솔섬'으로 더 유명해지고 사진작가들의 출사지로 등극한 것은 모두 케나의 흑백 사진 덕분이었다.
문제가 생긴건 대한항공이 2011년 8월 '솔섬'과 유사한 구도의 사진을 토대로 '솔섬 삼척편' 광고를 방송하면서다.
해당 사진은 아마추어 사진작가 김성필씨가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 출품해 상을 받은 작품으로, 케나와 다르게 컬러로 촬영된 사진이다.
케나의 한국 에이전시인 공근혜갤러리가 작년 7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공근혜갤러리는 "케나의 사진전을 열려다 무산된 대한항공이 모방작을 공모전에서 뽑은 뒤 이를 광고에 악의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도 맞섰다. "광고에 사용한 작품은 역동적인 구름과 태양빛이 어우러져 다양한 색채로 표현한 것으로 케나의 것과 전혀 다르고 케나 이전에도 솔섬을 촬영한 작가가 많고 자연경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촬영 가능한 것이어서 독점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