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 경제 성장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삼성전자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주경제와 홍콩 문회보가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2014 아시아·태평양 금융포럼(APFF)'에 참석한 권 전 원장은 "한국 금융산업의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삼성전자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저성장 시대 대비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 자산운용 역량 및 리스크 관리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 원장은 "한국 증시가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리스크와 가계부채에서 비롯된 내수리스크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와 현대차 3인방(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이 전체 상장기업 이익 40%를 벌고 있는 일종의 '삼성전자 리스크'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원장은 올해 선진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신흥국 경제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에 속한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 전 원장은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7.5%로 잡고 내수진작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단기성장 목표에 집착하기 보다 금융개혁과 구조개혁으로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고, 그림자 금융을 우선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은행과 같은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기관 간 거래다. 이 거래는 자금 투명성이 낮고 금융기관 간 위험이 쉽게 전이될 수 있어 비판받고 있다.
올해 한국경제 최대 변수는 중국경제를 비롯해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신흥국 경제 동향을 꼽았다.
권 전 원장은 "한국은 다른 신흥국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은 어느 해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다는 점은 취약 요소"라고 우려했다.
권 전 원장은 한국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 비유되는 정체된 일본경제의 전철 밟지 않기 위해 가계부채 대응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권 전 원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지난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다"며 "일본 자산 거품이 기업대출 문제에서 비롯됐다면 한국은 가계대출을 가장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전 원장은 한국 경제 미래 5대 변수로 △저출산 및 고령화 △부동산 시장 구조적 전환기 △가계·기업·국가부채 관리 △삼성전자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 통일 문제 등을 꼽았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에 대한 준비와 동양사태 이후 추락한 금융신뢰 회복, 빅데이터 시대 정보 유출 차단, 취약한 기업 경영지배구조 해결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 외형성과 위주의 경영 관행과 불필요한 서비스 경쟁, 담보 위주 영업 관행, 관치에 익숙한 비경쟁적 문화는 이제 버려할 때"라며 "사모펀드를 활성화시켜 자본시장 역동성을 높이고, 기관투자자는 국민들의 노후자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역량을 갖춰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