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디테일 감성 경영학, “소리ㆍ냄새에 집중하라”

2014-03-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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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아주경제 채명석ㆍ윤태구 기자 = “품질을 넘어 감성에 집중하라.”

24일 공개된 LF쏘나타에는 향상된 성능뿐만 아니라 감성이 얹어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의 자동차 개발 철학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LF쏘나타는 지난해 말 출시된 신형 제네시스에 이어 개발 기획 단계에서부터 차량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를 사전에 기획해 목표음을 설정하고 다양한 엔지니어링을 통해 제품으로 구현한 두 번째 작품이다. 엔진음, 배기사운드, 로드노이즈, 바람소리, 턴시그널음, 시트벨트 경고음, 파워윈도우 작동음, 선루프 작동음 등 모든 소리를 새로이 디자인해 전체 차량의 이미지나 성능과 조화를 이뤄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향기만으로 ‘현대차’ 또는 ‘기아차’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후각 부문에 대한 배려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발표된 기아차 브랜드의 고유 향인 ‘기아 향(KIA Fragrance)’ 개발 노하우가 응용된 것.

소리와 냄새는 자동차에 있어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엔진과 부품에 적용된 모터 등에서 나오는 수많은 소리는 개별적으로도 시끄럽고 거슬리지만 이들 소리가 중첩이 되면 또 다른 ‘소음’을 유발한다. 각종 기계와 화학공정을 거친 부품들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건강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많은 자동차 업체들은 방음판을 덧대고, 필터를 고급화해 두 요소를 숨기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사물에 있어 소리와 냄새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은 "감성적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며 소리와 냄새를 경쟁력의 요소로 전환시킬 것을 강조했다.

사람들은 특정 사물에서 느껴지는 이들 감각을 학습을 통해 기억에 담는다. 그렇다면 고객이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는 소리와 냄새를 제공하면 현대차, 기아차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또 다른 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것을 경험한 유일한 인물이다. 현대정공 시절 자동차를 조립하는 공작기계를 만들었고 골프카를 통해 독립현가장치와 엔진 개발 노하우를 익혔다. 또한 철도차량을 통해 모듈화를 체계화 해 갤로퍼와 싼타모 등 완성차를 생산했다. 현대차그룹을 이끌면서 파워트레인과 품질, 디자인에 사활을 걸었고 현대제철 인수로 자동차용 강판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써비스 시절을 통해 얻은 애프터서비스 시장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업계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파격적인 판매조건을 제시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 온 정 회장의 자동차 개발철학은 차의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춘 ‘고장 없고 승차감 좋은 아름다운 차’였다.

반면 ‘감성’은 사람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자동차 개발의 출발을 차에서 사람으로 180도 전환해야 한다. LF쏘나타와 제네시스는 이러한 정 회장의 생각의 첫 산물이다. 그만큼 현대차 관계자들은 새로운 도전을 극복해야 했고, 이제 소비자들의 판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CD앨범이 음반시장에 대세로 굳어졌을 때 일부 음악인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곡에 LP에서 들리는 스크래치를 입힌 적이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며, “정 회장이 요구하는 감성도 ‘아날로그를 풍기는 스크래치’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은 ‘조금 더 인간적인 차’라는 이상을 실현시키고 싶은 것인데, 주력 차종인 LF쏘나타의 성공 여부가 이러한 이상에 어느 정도 부합할 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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