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 개혁 혁파는 기업이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오늘 분위기를 보니 뭔가 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살 사람도 있고 팔 사람도 있는데 규제가 막고 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현장대기 투자 규제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규제개혁의 방향은 일자리와 성장기반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개혁해야 하며, 전략은 부가가치와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분야에 집중하고 비현실적인 규제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장대기 투자저해 규제 △프로젝트 저해 △덩어리 규제 △과소공급산업 규제 △낡은 규제 △갈라파고스 △규제 숨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장대기 투자저해 규제는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등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분야보다 규제완화 효과가 즉각 나타나는 분야를 우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산업의 경우 사전심의제 위헌판결이 내려진 1996년 23.1%였던 객석 점유율은 사후등급제로 전환된 뒤 2012년 57.9%까지 상승했다. 이처럼 자동차 개조산업도 구조변경 허용 및 인증체계 개선만 이뤄내면 2012년 5000억 원에 불과한 관련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4조 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 부회장은 전했다.
온라인 시장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받고 있는 액티브X는 폐지하면 7200억 원에 이르는 전자상거래 국제수지 적자가 개선되고, GDP 대비 0.26%인 국내 온라인 시장이 미국 수준(1.29%)으로만 성장한다면 11조 4000억 원 만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부회장은 “한류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를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못 사는데 바로 액티브X 때문”이라며, “규제를 풀 때는 하나하나가 아니라 한꺼번에 풀어야 한다. 개최를 4년 앞둔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장 건설도 덩어리 규제로 신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한 덩어리 규제의 경우 이 부회장은 "관련 규제 10개 중 9개가 풀려도 1개만 안 풀리면 사업 집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15개 부처가 참여해 수도권 규제, 군사시설보호법, 산림법 등 다수의 규제를 해소해 마련된 파주 LCD단지는 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케이블카 등 산악비즈니스의 발을 묶고 있는 규제 덩어리를 한꺼번에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과소공급 산업의 규제부터 완화하는 것에 창조경제의 답이 있다”며 국제수지 적자 산업,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업, 외국에 있으나 국내에는 없는 직업 등을 거론했다.
이 부회장은 제정 당시에는 적절했으나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규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등록된 경제규제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년이 넘고 30년 이상 된 것도 10%에 달한다.
스마트폰에 심박, 혈당 등 건강관리 센서를 추가할 때마다 인증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2004년 4억 5000만 개였던 택배 물량은 지난해 14억 9000만 개로 3배가 늘어났으나 택배차량 증차 제한에 묶여 택배기사의 업무량 과다. 배송 지연 등의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1988년 이후 국민소득은 5배 증가했지만 1인당 면세한도는 400달러로 26년간 동결된 상황이다.
글로벌스탠더드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에서만 진화한 '갈라파고스 규제'로 인해 외국환자 유치를 국내 보험사가 금지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폐지를 권고한 주택분양가 상한제가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렌터카 업체의 경우 차는 빌려 줄 수 있지만 운전자 알선은 금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등록 규제 외에 미등록, 유사, 탈법규제 등 숨은 규제가 사실상 등록 규제 못지않은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개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 시행령 등 상위법령보다 하부지침, 지자체 조례 등 일선 행정으로 내려갈수록 국민과 기업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점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수면 위 빙산 규제는 2%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는 나머지 물 밑 98%의 규제가 중요하다. 이러한 빙산을 녹여줘야 한다”며 “지자체 조례 지침 등이 기업에는 부담이 더 크다. 미등록 규제, 유사규제, 행정지도 등 탈법 규제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