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금융업] 관치금융과 방만경영에 멍든 금융권

2014-03-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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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올해 정초부터 금융권은 정보유출 사고라는 악재에 시달렸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시야를 넓혀보면 지난해 계좌 불법 조회, 해외지점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빈번해지는 금융사고에는 낙하산 인사 등 관치금융과 금융권의 방만경영 등도 일조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질적 병폐, 낙하산 인사로 점철된 관치금융

금융권에서 인사철마다 관행처럼 이뤄져 온 낙하산 인사는 고질적인 병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정치적 외풍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니 업무 연속성도 떨어지고 발전 속도도 더딜 수밖에 없다. 

현재 KB금융의 임영록 회장과 농협금융의 임종룡 회장이 각각 외부에서 온 대표적 인사다. 일명 모피아(옛 재무관료 출신)다. 특히 KB금융의 경우 민간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내부 출신이 CEO가 된 적이 없었다. 

국책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MB맨' 강만수 전 회장이 떠나간 산은금융은 현재 홍기택 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의 서강대 동문 인사다. 최근 임명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서강대 출신으로 서강바른금융인포럼, 서강금융인회 등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내부 출신 인사 기용이 트렌드로 인식되고 있지만, 금융공기업은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감사로 내려와 논란을 빚었다.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 정송학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박대해 기술보증기금 감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 10여 명이 이달 중 주주총회를 거쳐 은행과 증권, 카드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 자리에 내려올 전망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지난해 밝혀진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를 가리켜 "근본적 원인은 은행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과거 낙하산 인사 관행과 소위 모피아라 불리는 관치금융 인맥으로 인한 금융 감독소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최근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도 관치금융의 행태는 찾아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사고 발생 후 금융회사의 전화영업(TM)을 일시적으로 금지시켜, 수많은 텔레마케터들과 금융권 안팎의 공분을 샀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이를 두고 "10만명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은 폭력적인 관치금융"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제한, 상품개발의 선별적 허용, 은행 임직원의 접대비용 기록 의무 등의 규제 역시 지나친 간섭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 방만경영,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폐해 없애야 

금융지주회사의 방만경영,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도 금융업의 퇴보에 일조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사 CEO의 '고액 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고정급여와 각종 성과급을 포함한 지주사 CEO의 연봉은 최고 30억원에 육박했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도 회의마다 '묻지마 찬성'으로 일관해 '거수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회의 수당 등을 합한 연봉은 5000만원에 달한다.

금융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라고 불릴만큼 고연봉과 과도한 복지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부부장급 이상의 평균 연봉만 1억을 넘긴 한국 거래소, 상품권 등 복지비로 1인당 150만원어치의 보너스를 준 수출입은행 등이 그 사례다.

공기업 개혁을 통해 올해 금융공기업 예산도 5% 가량 깎이는 등 이 같은 행태에는 제동이 걸렸다. 금융지주사 CEO의 연봉도 성과연동제를 적용키로 해, 올해부터 최대 70%까지 연봉이 삭감될 전망이다.

이와 달리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금융지주사 CEO의 장기집권과 영향력 행사에 의해 자회사의 독립경영이 어렵고, 지주사의 이익을 위해 계열사가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상황을 막는다는 게 그 취지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첫발도 떼지 못했다.

당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박경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고려대 교수)은 공청회에서 "과도한 법이나 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자율적 경영권을 어느정도 보장하면서 시장친화적인 규율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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