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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교보생명(왼쪽)과 현대해상 본사.[사진제공=각 사]](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14/03/16/20140316175429718122.jpg)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왼쪽)과 현대해상 본사.[사진제공=각 사]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손님 “기사님,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 앞으로 가주세요.” △기사 “교보생명이 광화문 어디에 있는 거예요?” ▲손님 “교보문고 있는 곳에 있는 건물인데 모르세요?” △기사 “아, 교보문고. 진작 그렇게 말씀하시지.”
17일 오전 출근시간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교보생명 본사로 향하는 택시 안 승객과 기사의 대화 내용이다.
세종대로를 사이에 두고 교보생명 본사와 마주 보고 있는 현대해상 본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교보생명 본사의 경우 계절에 따라 다른 시 구절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광화문 글판이 건물 보다 더 유명하다.
한 술 더 떠 광화문이라는 힌트를 주지 않으면 강남 교보타워사거리에 위치한 사옥을 본사로 착각해 길을 잘 못 드는 택시기사들도 있다.
현대해상 본사는 세종문화회관 옆 건물이라고 설명하거나,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까지 언급해야 한다.
다른 대형 보험사 본사 앞으로 가자는 손님을 태운 택시기사들도 목적지를 지척에 두고 눈 뜬 장님이 되기 일쑤다.
서울의 또 다른 상징물인 여의도 63빌딩은 한화생명(옛 대한생명) 본사 보다는 수족관이나 전망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을지로에 터를 잡은 삼성화재(옛 안국화재) 역시 대로변에 100여m 간격으로 갈색, 흰색 사옥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본사를 구분하는 이가 드물다.
계열사 삼성생명은 고령의 택시기사에게 동방생명이라는 옛 사명을 일러 줘야 겨우 본사 앞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시내를 훤히 꿰뚫고 있는 택시기사들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보험사의 본사 건물을 잘 모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보험사들의 본사 인근에 다른 랜드마크 건물이 많은 데다, 실상 고객들이 본사까지 직접 찾아갈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현재 각 보험사의 본사 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건물이나 공공기관, 대중이용시설 등이 이미 상징적 건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화재 본사는 롯데백화점이나 롯데호텔, 현대해상 본사는 세종문화회관이 인근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보험설계사 조직과 전국 지점망에 의존하는 보험사의 영업 특성상 고객들이 본사를 직접 방문할 일은 거의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본사는 영업 지원부서가 모여 있는 곳으로, 실질적인 영업과 고객 응대는 외부에서 이뤄진다.
그만큼 승객이 택시기사에게 특정 보험사 본사 앞으로 가자는 주문을 할 일이 적다는 얘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백화점, 쇼핑몰과 같이 지리적 입지가 중요한 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 건물 자체를 홍보할 일이 없다”며 “이는 보험사를 비롯한 금융사뿐 아니라 대부분 기업의 사옥이 마찬가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