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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 =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애플을 따돌리는 데 브랜드 ‘평판’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등의 소비자 설문 결과, 삼성전자가 애플에 비해 브랜드 평판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최근 국내 세미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의 소비자를 대상(응답자 726명)으로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좋은 브랜드 평판’ 항목에서 삼성전자가 약 18%로 애플(12%)보다 높았다.
단, 아시아는 빠지고 미국이 주가 돼 애플에 유리한 설문인 만큼, 디자인이나 품질 항목에서는 애플이 삼성을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자국민을 포함한 설문에서조차 애플이 삼성전자에 비해 평판에서 뒤진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가트너가 지난 2011년 동일 지역 소비자를 대상(응답자 510명)으로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는 주된 이유’를 물은 결과, 33%가 브랜드 평판을 지목해 디자인·품질(25%)보다 높은 잣대로 평가했다. 즉, 2011년 이후 삼성이 애플을 추월하고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데 브랜드 평판의 공이 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011년 이후 양사의 주된 대립각이 특허전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이 먼저 제기한 소송이 자사 평판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2011년 애플이 시작한 세기적 특허전쟁은 양사 모두에게 엄청난 홍보 효과를 줬지만, 결과적으론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을 더해 세계 1위로 도약하며 애플과의 재판 장외 승부에서 완벽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 가운데 애플은 삼성전자에 대한 ‘카피캣’ 등 줄곧 날선 비방을 해와 소비자들로부터 반감을 일으켰던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2차 특허소송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기기 대당 40달러의 특허 로열티를 요구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 정보를 공개한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의 운영자 플로리안 뮐러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비판적이었지만 이 건에 대해서는 애플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할 정도였다.
한편, 소비자 선택 기준은 갈수록 평판에서 디자인·품질 쪽으로 무게를 옮겨 가, 향후 경쟁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는 주된 이유’에 대한 2013년 동일지역 설문에서는 디자인·품질(47%)이 브랜드 평판(12%)보다 월등하게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이 평판에 의지해온 과거에 비해 합리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가격에 대한 선호도는 2011년과 2013년 별반 차이가 없어, 최근 중국 등 신흥국의 중저가 스마트폰 성장에도 가격에 덜 민감한 선진국 소비 성향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