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껏 저물가가 제도적 요인 등 일시적 상황이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해왔다.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한은에서 나왔다.
한은 조사국 계량모형부의 최병재 과장은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변동요인 분석' 자료를 통해 "2012년 하반기 이후 물가는 일시적 요인의 영향을 주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중 4%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2012년에는 2.2%, 지난해에는 1.3%까지 낮아졌다.
물가 하락은 가축 질병에 따른 수입확대 조치, 사육두스 증가 등으로 축산물 공급이 늘고 기상여건 호조에 따라 농산물 수확량이 증가한 점, 세계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약세 등이 견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무상보육, 급식과 같은 제도적 효과와 함께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위축도 물가를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요인들은 특정 항목의 가격변동만을 일으킬 수 있는 부문특성요인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반면 소비 수준과 수입 및 환율변동을 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통요인으로는 분류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구성항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부문특성요인에 의해 야기되는 가격변동의 정도가 큰 가운데 공업제품과 서비스 등에서는 공통요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1990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의 기간을 조사한 결과, 기후여건 및 계절요인 등에 민감한 농축수산물과 신제품 출시와 맞물려 가격이 조정되는 내구재 등이 특히 부문특성요인에 의한 가격변동이 크게 나타났다.
반면 가공식품, 석유류의 경우 국제원자재가격과 같이 수입품목의 가격변동과 연관성이 높아 공통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개인 서비스요금의 경우 소득변화에 따른 수요증감과 관련성이 커 공통요인에 의한 가격변동의 정도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품목에서 공통요인에 의해 초래된 가격변동의 지속성이 부문특성요인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면서 "향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일방향의 연속적인 충격발생 현상이 완화되고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경우 상승압력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상승 속도에 대해서는 향후 경제상황에 달렸다. 최 과장은 "인플레이션의 상승속도는 공통요인과 관련된 대내외 경기회복 강도, 국제원자재가격 움직임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