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증권부 문지훈 기자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초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KT ENS 대출사기에 이어 최근 W은행과 K은행 일본 도쿄지점 직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면서 금융권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의 간담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3일 신 위원장의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표정은 연이은 사건·사고로 여론의 시선이 싸늘한 탓인지 시작 전부터 어두웠다.
분위기도 1년여 전 신 위원장 취임 이후 마련된 첫 간담회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당시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회의 시작 전 기념촬영을 하는 등 비교적 훈훈한(?) 모습으로 금융권의 새 출발을 다짐했다.
신 위원장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할 정도로 발언 수위도 지난 1월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직후 마련된 긴급 간담회 당시와 유사했다. 신뢰회복에 대한 신 위원장의 지적이 계속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회의 자료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금융권 전체가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 CEO들의 앞날도 캄캄한 상황이다.
금융권 내에서는 최근의 사건·사고들이 발생할 때마다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문제보다는 '한 사람의 악행'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일추탁언(一鰍濁堰)'처럼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사고만 나열해도 미꾸라지가 과연 한 마리였는지 의문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금융사 내부 시스템 보완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이 얼마나 진정으로 고객 앞에 다가섰는지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