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는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기업 어음(CP) 491억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12일 밝혔다.
KT ENS는 이날 “12일 만기 도래한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자 PF의 CP 491억은 1차 책임자인 특수목적법인(SPC)가 상환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회사가 지급보증을 하게 돼 있다”며 “CP 판매 주관사가 상환을 요구한 데 대해 대응할 자금적 여유가 없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T ENS는 “KT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으나 주관사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담보 확보를 하지 않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돼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이로 인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통해 현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후, 보전처분이 내려지면 채무와 채권이 유예되고 한달 내 법원에서 회생절차가 승인되면 법정관리인의 주도로 기업 개선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KT ENS의 이번 유동성 위기는 대출사기 연루에 따라 금융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발생했다.
KT ENS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더라도 대출 사건의 여파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 회생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가 선뜻 지원에 나서지 못한 것도 연말까지 예정된 만기 CP를 고려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KT의 지원 거부에는 황창규 회장의 의중이 실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을 확장하고 대출사기 사건과 연루된 KT ENS에 대해 지원에 나설 경우 그룹 전체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황 회장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배상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모회사인 KT가 증자 등을 통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지원에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꼬리자르기식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금융권은 비판하고 있다.
KT ENS가 금융권의 대출 조이기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회생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KT ENS의 회사 규모가 2012년 매출 5006억원, 영업이익 72억원 규모로 작은 회사가 아니고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무선 통신망 구축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석 KT ENS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대출 사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로 루마니아 사업도 17차례나 만기 연장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사업 정상화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또 “갑작스런 금융권의 투자경색 분위기를 설득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를 선택, 협력사와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이번 기업회생절차를 통해 최대한 자구 노력을 기울여 협력사 및 투자자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