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통사 영업정지 하루 전날, 불법보조금은 여전히 성행

2014-03-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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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천, 부천 등 휴대폰 매장 영업정지마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일선 매장 영업정지에 한숨…본사에는 눈총

인천 부평구의 한 휴대폰 매장. 영업정지를 알리며 특가 기회라고 홍보하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송종호 기자]



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오늘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지금 이 조건으로 구매하지 못하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보조금 가이드라인에 25만원을 더 얹어 드립니다.” (인천지역 휴대폰 매장 직원)

미래부가 정한 이통사 3사 영업정지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2일 일선 휴대폰 매장은 불법보조금이 여전히 성행했다. 휴대폰 매장들은 영업정지 자체를 판촉 수단으로 활용하는 영민함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 날 서울을 비롯 인천, 부천 등 수도권 지역 휴대폰 매장을 찾았다.

인천 부평구의 한 휴대폰 매장 직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영업정지가 하루 남았음을 알리는 광고지를 길거리에 붙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글씨로 “오늘만 특가”, “영업정지 전 마지막 기회” 등의 문구가 금세 매장 앞 인도를 채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광고지를 붙이던 직원이 재빨리 따라왔다.

어떤 제품을 찾느냐는 물음에 갤럭시S4라고 답하자 KT를 추천했다. 그는 “기본 보조금 27만원에 KT부평지사로부터 내려오는 보조금을 더해 69만4000원까지 지원이 가능하다”며 “25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5시가 지나면 사라지는 혜택이니 빨리 선택하라”고 재촉했다.

매장을 나와 반대편에 있는 KT 공식 대리점을 찾았다. 매장 곳곳에는 외부 간판과 달리 KT 직영점임을 강조하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이 매장 관계자는 “갤럭시S4를 구매하면 25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며 “24만원 즉시 할인에 나머지 25만원은 단속 때문에 3개월치 요금을 감면해주는 방법으로 혜택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보조금은 어디서 지급하냐는 질문에 “KT에서 나온다”고 답했다.
 

한 휴대폰 매장 앞 인도는 영업정지를 맞아 제품 가격을 낮춘다는 홍보 문구로 채워져있다. [사진=송종호 기자]



이번에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SK텔레콤 공식 대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매장은 앞선 두 매장보다 높은 50만원대 가격에 갤럭시S4를 제시했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는 없냐고 하자 자사 인터넷 서비스와 결합해 구매하면 현금 45만원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대신 3년 약정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다른 몇몇 매장도 판매 조건은 비슷했다. 기본 보조금에 추가로 현금을 더해준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인천에 인접한 부천으로 발길을 돌렸다. 부천역에 들어서자 개찰구 앞에 늘어선 휴대폰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인천과 달리 매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한 매장 직원은 “보조금 27만원만으로 손님을 끌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추가 보조금을 더 제공해야 제품을 팔수 있다”고 말했다.

부천역 밖으로 나와 휴대폰 매장을 찾았다. 이통 3사 모두 취급하는 매장이 눈에 띄었다. 이 매장 관계자는 “영업정지 전에 보조금 대란이 다시 올거라는 기대감에 30명이 넘는 고객들이 주민번호 등으로 예약을 걸어두고 갔다”며 “통신사에 상관없이 보조금이 크게 나오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조건으로 예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방통위의 불법보조금 단속이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서울 휴대폰 매장들을 찾았다. 서울 시내 많은 휴대폰 매장들도 영업정지를 내걸고 판촉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동작구에 있는 LG유플러스 매장 관계자는 “전시 제품을 구매하면 10만원 추가 할인이 가능하다”며 “갤럭시S4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얹어 5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정지로 내일부터 판매 경로가 막혀 특가에 급히 내놓는 것”이라며 한 숨을 쉬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다른 휴대폰 매장들도 보조금 혜택을 강조했다. 이들은 인터넷이나 신문에 나온 대란 수준의 보조금을 아니지만 추가 보조금 혜택은 당연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일선 휴대폰 매장들은 이번 영업정지에 대해 정부와 이통 3사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본사에 대한 불만은 직영점보다는 일반 판매점들이 더 높았다. 이에 대한 한 이통사 직영점 관계자는 “우리는 판매경로가 끊겨도 본사에서 나오는 고정적인 급여가 있지만 판매점은 말 그대로 판매수량으로 먹고 사는 곳”이라며 “이번과 같은 동시 영업정지는 이통 3사의 잘못은 영세업자들에게도 떠넘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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