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스모그 엑소더스

2014-03-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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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지독한 스모그에 태양이 가려져 있다. (사진/중국신문사)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한준호 기자 = 청정환경 국가로 유명한 핀란드의 노키아 본사에서 베이징법인으로 부임해온 영업부문의 간부는 스모그를 버티다 못해 올해 가족과 함께 본국으로 귀국해 버렸다. 독일 BMW에서도 중국으로 간부를 부임시켜야 하지만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항공기 제작사인 에어버스의 중국사업 총재 천쥐밍(陳菊明)은 "4~5년 전만 해도 중국에 파견되는 외국 직원이 가장 걱정한 부분은 자녀교육과 주거조건, 음식문화 등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외국 직원이 많다"고 소개한다. 베이징에 있는 EU상공회의소 조사에 의하면 42%에 달하는 기업들이 “주재원들을 중국에 붙잡기 위해 고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닛케이비즈니스와 월스트리트저널, 인민망, 신화망 등에 따르면 베이징을 떠나는 외국인들의 ‘엑소더스’ 행렬이 더욱 길어지고 있으며, 귀국하지 않더라도 베이징보다 공기가 좋은 다른 도시로 근무지를 옮겨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직원들의 이탈을 막으려고 ‘위험수당’을 도입하는 외국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위험수당’은 일반적으로 급여의 10% 수준에서 정해지며, 한 회사는 연간 15만 위안(약 27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막대한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시계(視界) 불량으로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의 공항에서 비행기의 정시 출발, 도착률은 20~30%에 불과, 70%가 넘는 일본과 한국의 공항에 비해 크게 밑돌고 있다고 소개한다. 중국은 기업인들의 주재국 선호도에서 밀려나고 있을 뿐 아니라 출장 기피지역으로도 떠올랐다.

반면 글로벌 복합운송업체인 화후이궈지(華輝國際)는 심각한 스모그 덕에 수혜를 입고 있다.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해외이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 업체는 고국으로 귀국하는 외국인들이 부쩍 늘어난 탓에 일감이 몰리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2012년부터 중국에서 스모그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귀국 이사를 하려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작년에는 귀국 이사를 문의하는 외국인이 사상최대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스모그가 중국경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중국경제에 드리운 잿빛 낙진

스모그는 서비스업 부진으로 이어진다. 주말이면 항상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톈안먼(天安門)광장이나 융허궁(雍和宮), 이허위안(頤和園) 등은 최근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여행객이 줄면서 호텔에서는 숙박비를 할인하거나 레스토랑 가격을 인하해주는 마케팅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미국의 경제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12월 중국 국내여행사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1~9월의 베이징 관광객이 1년 전보다 50%까지 줄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후반기로 갈수록 더욱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베이징시 여유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베이징을 방문한 관광객은 전년 대비 14.3% 감소한 214만명에 불과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관광 녹피서(綠皮書)'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중국 3성급 이상 호텔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12% 감소했다.

공장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주로 철강사, 발전회사, 시멘트업체 등 에너지 소모가 많은 업종에서 특히 심각하다. 지난해 8월 14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는 ‘태평양시멘트’의 현지 합자회사에 대해 대기오염을 이유로 2014년 말까지 공장을 폐쇄하도록 명령했다. 태평양시멘트 측은 “현지의 환경기준은 준수하고 있고 에너지절약에 대응한 모범적인 공장으로 조업을 해왔다”고 반론하며 폐쇄명령의 부당함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정부 측은 1990년대에 세워진 ‘태평양시멘트’의 공장은 낡았으며 다른 곳으로 이전해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공장을 신설하기를 바라고 있다.

농산물 가격 폭등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의 스모그가 빛을 차단해 식물의 광합성을 막으며, 이로 인해 올해 작황이 급감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부터다. 허둥셴(賀東仙) 중국농업대학 수리토목공정학원 부교수는 베이징에서 지난 몇 달간 스모그가 식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한 결과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광합성이 급격하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밝혔다. 실험 결과 고추와 토마토는 실험실의 인공조명 아래서 씨를 뿌린 뒤 완전한 묘목으로 자라는 데 보통 20일 정도가 소요됐지만, 베이징 창핑구에 있는 온실에서는 싹이 나는 데에만 무려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이는 스모그로 온실 속 식물이 받는 빛의 양이 대폭 줄어들면서 발생한 결과다. 농업회사들은 전기를 많이 먹는 값비싼 인공조명을 설치하고 성장 자극 호르몬을 사용하는 등 대응조치에 나서고 있다.

◆지도부 스모그 해결 의지 피력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스모그는 이번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중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가 '2014년 양회 10대 의제'를 조사한 결과 스모그가 검색지수 4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1가구 1자녀 정책을 폐지한 후 시행되는 단독 두 자녀 정책이 13%로 2위, 인터넷금융과 반부패가 9%로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검색순위에서도 스모그가 37%로 단독 두 자녀 정책(16%), 반부패(11%)에 앞서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인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인 스모그문제에 대해서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5일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우리는 과거 가난에 선전포고를 했듯이 이제는 오염에 대해 선전포고를 해야 한다"며 "스모그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을 중점으로 PM2.5와 PM10을 엄격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며, 배출가스를 규제하고, 황사를 방지하는 활동에 정부ㆍ기업ㆍ인민이 함께 참여하도록 할 뜻도 밝혔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기자들의 질문세례를 받은 저우성셴(周生賢) 환경보호부장은 "(수도권 지역인)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은 수치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근거로 작년의 경우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1000㎍/㎥가 넘었는데 올해는 최고수치가 900㎍/㎥ 정도로 평균 농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900㎍/㎥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25㎍/㎥)의 36배에 달하는 수치라는 점에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양회, 스모그 방안 쏟아져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이번 양회에서는 각종 스모그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리커창 총리는 업무보고에서 "올해는 5만개의 낡은 석탄설비를 폐기할 것이며, 1500만KW 상당의 화력발전소에 탈황시설을, 1억 3000만KW 상당의 화력발전소에 탈초시설을, 1억 8000만KW 상당의 화력발전소에 먼지 제거 설비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출가스기준에 미흡한 노후차량 600만대를 폐차처분하고 친환경 경유차량을 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융성(馬永勝)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중항공업) 최고경영자(CEO)는 전인대에 참석해 “중국기상국과 항공 전문가들이 이달 말 중국 공항과 항구에서 이 무인기를 시험비행할 것”이라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 무인기는 중항공업이 개발한 중국의 첫 패러포일 무인기(낙하산이 달린 무인기)로 최고 700kg에 이르는 스모그 제거용 화학물질을 실을 수 있다.

이 화학물질은 대기 중 오염물질을 얼려 땅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은 그동안 스모그 해결을 위해 항공기 등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살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무인기는 기존 항공기보다 비용과 효과 면에서 한층 성능이 향상됐다. 이번에 시험 비행하는 무인기는 기존 고정 날개 무인기보다 3배 이상의 화학물질을 실을 수 있고 작동비용도 90% 절감할 수 있다. 또 구입과 운영 비용도 다른 무인기에 비해 20∼30% 저렴하다.

스모그 억제를 위한 파격적인 예산책정도 이뤄졌다. 우샤오칭(吳曉靑) 중국 환경보호부 부부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2015년 말까지 2조 5000억 위안(약 434조원)을 환경보호에 투자하며 올 한 해 동안만 1조 7000억 위안(약 295조원)이 집중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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