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양회에서 별그대에 대한 발언을 한 왕치산 기율위 서기.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인민화보 왕슈어(王爍) 기자 = 중국에서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 그대)'가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ㆍ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의 통칭)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양회에 참석한 정치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빠짐없이 '별그대를 보셨나요'라는 질문을 날렸으며, 이에 대해 정치인들은 각자의 생각을 드러냈다.
양회에서의 별그대 열풍은 공산당 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지난 6일 별그대를 언급하면서부터 시작했다. 왕치산은 “나도 우연치 않게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한국 드라마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음을 깨달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한국 드라마의 콘텐츠나 영혼은 그야말로 역사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두 가정에서의 사소한 이야기, 고부관계, 삼강오륜을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예전의 드라마 '갈망(渴望)'처럼 전통문화를 반영하고 있으며 생활이 부유해진 이후의 회귀적 승화”라고 극찬했다.

별그대에 관련된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자오번산 정협위원.
장쑤(江蘇)성 작가협회 판샤오칭(范小靑ㆍ정협위원) 회장은 자타공인 별그대 팬이다. 판샤오칭은 “훌륭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창작, 제작, 상업적 포장의 3요소가 필요하다”며 “별그대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위해 많이 고심했고 이 같은 노력은 성공으로 이어졌다”면서 "상속자에 이은 별그대가 이토록 인기를 끈 것은 사회의 발전 수요에 주목하면서 사람들의 정신적 니즈를 만족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실 생활로 인해 지칠 때면 정신적 위안이 필요한데, 한국 드라마는 적절하게 정신적 위안을 주고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반면 중국 드라마는 이 같은 부분에서 부족하므로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도 지적했다.
한편 별그대의 중국 흥행에 대해 많은 대표위원들은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중국의 유명 극작가 가오만탕(高滿堂ㆍ정협위원)은 “별그대가 몰고 온 한국 드라마 열풍은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었다”며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오만탕은 “한국 드라마의 상업화와 소재 반영 관점은 벤치마킹할 가치가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중국 영화가협회 시메이쥐안(奚美娟ㆍ전국인민대표) 부회장 역시 “별그대의 중국 내 흥행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힘을 엿볼 수 있다”며 “중국 국가문화예술연구 관계자들은 우리의 전통문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둥(廣東) 화원(畵院) 쉬롼쑹(許軟松ㆍ정협위원) 원장은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단순히 한국 드라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의 문화적 자존감에 상처를 입혔고, 문화적 자존감의 상처는 문화적 자신감 실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