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가 논산에서 머물며 때로는 벽에 그린 낙서처럼, 때로는 시 한 수 읊듯이 또 때로는 이야기하듯이, 대화하듯이 써내려 간 짧은 글 모음이다.
3년여 동안의 소소한 일상이 묻어 있는 이 글들은 어느 한편 쓸쓸하게 다가오기도 했다가 삶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실감하게끔 하기도 한다.
"누가 듣거나 말거나, 길 위에서 혼자 중얼거린 말들의 집합이에요. 소설은 밀실의 내 고유한 책상에 돌아가 앉아 쓰지만 여기 모인 말들은 천지사방 열린 길 위에서 쓴 것들이니 소소할는지 몰라요. 소소한 만큼 더 진실하고 예쁠지도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주인이 된 문장들이라고. 걷다 보면 발에 물집도 생길 터, 어느 낯선 집 추녀 밑에 앉아 헤집어 터트린 물집들이 여기 있다고. 그러니, 이 짧은 문장들이 당신들의 쉼표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쉼표를 도미노처럼 릴레이로 나누어 품으면 우리들 세상이 좀더 환해지지 않겠느냐 하고요."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