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뮤지엄은 컬렉션 재정지원 건물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큐레이터의 상상력이다"
7일 '현대자동차와 맺은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을 한국에서 발표하기 위해 내한해 한국기자들과 만난 세로타 총관장은 "테이트모던의 성공은 큐레이터의 상상력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 말하는 '상상력'이라는 것은 큐레이터들이 작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자하는 의지와 통찰력, 그리고 역사를 재해석하는 능력"이라며 "테이트모던은 모던아트갤러리에서 최고의 컬렉션은 아니지만 큐레이터들의 상상력을 통해서 젊은이들을, 세계 현대미술을 자극하는 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연간 관람객수가 500만명이 넘는, 세계에서 관람객이 가장 많은 현대미술관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3000명이 넘는 작가들의 작품 6만500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유럽과 미국미술중심이었던 미술관이었지만 최근에는 남미, 아시아 동유럽의 근현대 미술을 보여주는 미술관으로 넓혀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세로타 총관장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는 19988년부터 26년째 테이트 미술관그룹을 맡아 운영해오고 있다.
2년마다 교체되는 우리나라 국립미술관에서는 상상할수 없는일. 26년째 롱런한 이유를 묻자 "테이드모던 역사상 내가 최장수는 아니다. 이전에 38년부터 64년까지 재직한 관장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일단 자신을 추켜세웠다. "관장으로서 책임인 재원을 제공하고 후원하고 지원하는 걸 잘해왔기 때문이죠. 하하"
'돈을 끌어오는 일'에 능력이 있다는 것. 세로타 관장은 세계각국 글로벌 컴퍼니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립미술관이지만 자생력을 확보했다.
정부지원도 줄었다. 1988년에는 정부에서 80%를 지원받았는데 현재 3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로타 관장은 "그당시에 회원이 1만명이었다면, 현재는 10만명이 고객으로 가입되어 있다"며 "기업은 물론, 개인들의 기부 후원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4년과 내가 처음 미술관을 맡았던 1988년과는 여건이 많이 다르다"며 "갤러리같은 기관의 성공은 변화에 얼마나 적응하는냐, 이해하는냐, 예측하는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할때는 보다 창의적일 필요가 있지요."
옥스퍼드 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일하다 테이트 총관장이 된 그는 1999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은 영국문화계 핵심인사다. 50세미만의 작가 한명에게 매년 주어지는 영국 최고권위의 미술상인 '터너 프라이즈'의 심사위원장을 지냈다.
그가 관장을 맡으면서 테이트는 확장세다. 1993년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를 개관했고, 2000년에 테이트 모던을 개관했다. 현재 또 신관을 건축중이다.

테이트가 소장하는 백남준의 Bakelite Robot 2002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테이트모던미술관의 심장부인 'TurbineHall'에서 향후 10년간 'The Hyundai Commission’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열릴 예정이다.
테이트는 이번 현대자동차와 11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올 하반기 첫 전시로 백남준전을 추진한다.
현대차는 테이트가 백남준(1932∼2006)의 작품 9점을 구매하도록 후원했다. 테이트는 지금까지 백남준 작품을 소장한 적이 없다. 테이트가 사들인 백남준 작품은 '캔 카'(1963), '플럭스 플리트'(1974), '언타이틀드 1974'(1982~1983), '언타이틀드 c.'(1975), '쓰리 에그스'(1975~1982), '오피스'(1990~2002), '닉슨'(1965~2002), '베이클라이트 로봇'(2002), '빅트롤라'(2005) 등이다.
1963년부터 그가 세상을 뜨기 한해전에 한 작품까지 40년동안의 백남준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세로타 관장은 "테이트에서 소장된 만큼, (아직 장소는 확정 안됐지만)테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에서 상설전을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지원으로 테이트는 각국미술계에서는 알려져 있지만 세계 미술계에는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발굴,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테이트 미술관의 원칙상 후원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에 현대자동차와 맺는 '글로벌 마케팅 파트너십'은 테이트가 점점 국제적인 미술관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테이트가 기업과 맺은 파트너십중 최초약정기간에서 최장기간이다."
세로타 관장은 "테이트는 지금까지 BP와 25년, unilever와 13년간 파트너십을 가져왔지만 이들기업과 최초약정기간은 각각 5년과 3년이었고 계약이 끝나면 파트너십연장을 재계약 하는 식이었다"며 "현대자동차와 11년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테이트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술관 전시를 기획할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에 따라 테이트모던의 심장부인 터바인홀에서 2015년부터 20125년까지 10년간 'The Hyundai Commission’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매년 가을부터 봄까지 열리게 된다. 터바인홀은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되는 세계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보여주는 전시장이다. 지금까지 아니쉬 카푸어, 루이즈 부르주아 등 세계 정상급 작가들의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에는 1명이상의 한국작가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지만 어느해에 누구를 전시할 것인지는 아직 예측하지 않고 있다"는게 세로타 관장의 설명이다.

현대자동차 조원홍 전무
이날 자리에 함께한 현대자동차 마케팅 조원홍 전무는 "1년간 테이트와 함께 비밀스럽게 파트너쉽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조 전문는 "새로운 변화를 하기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테이트와 현대차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지만 문화를 통한 비전은 같다"며 "단순한 운송수단인 차만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세계 5위안에 드는 글로벌그룹으로서 전세계 고객들에게 받은 사랑을 환원하고 현재고객은 물론 미래고객에게까지 새로운 문화경험을 전달하고자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미술품"이라고 강조하는 조 전무는 "자동차 디자인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는 세계 어느 자동차시장뿐만 아니라 예술계에 내놓아도 우리만의 자동차 디자인을 이야기할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를 주관한 마틴 프라이어 주한영국문화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테이트 미술관과 현대차의 파트너십 체결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에 문화, 산업 등의 교류가 한층 활발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