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6일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에서 "지금은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가질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못하다"며 "현 남북관계로 봐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남북 적십자 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60여년을 기다린 그리움을 표현하는 남북 상봉자들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 있지 못하다'는 것은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온 한ㆍ미 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다른 접촉을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키 리졸브 훈련은 이날 종료됐지만 독수리 연습이 다음 달 18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만큼 그 안에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히 대화의 여지가 없다고 밝힌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대화 재개 가능성은 유효하다.
북한 이날 통지문에서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적십자 간 협의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지난달 열린 '고위급 접촉' 수준의 대화채널이 열려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도 대화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도 이날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 협의 자체를 거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협의의 틀을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해 남북 접촉 재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특히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소위 북한의 '통 큰 용단'으로 자주 강조한 만큼 이후에는 적십자 실무접촉 수준을 넘는 고위급 접촉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계산서를 낼 의도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적십자 채널로 협의하기 어렵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으로 보인다"며 "북한 반응에 대한 대응 방향을 관계 기관에서 현재 협의 중으로, 고위급 접촉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고위급 접촉이 언제 이뤄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독수리 연습이 끝나는 다음 달 18일까지 북한이 대화 자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의 진전을 위한 논의가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