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주열 한은 총재 내정자가 3일 소공동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남궁진웅 기자]
이 후보자는 지난 2009년부터 부총재로서 금통위원직을 수행했다. 당시 그는 성장을 중시하는 '비둘기파'도,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도 아닌 중도파로 분류됐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과감한 통화정책을 수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 글로벌 경제여건상 현재의 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소공동 한은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파'라는 시장의 평가에 대해 이 후보자는 "총재와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이기 때문에 기관의 의견을 대변하는 사람이다"라며 "한 번 보시죠"라고 즉답을 피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가 부총재로서 통화정책방향 결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 개진보다는 전반적으로 금통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성향 분류가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시작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도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 후보자는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로 재직 당시 유가 상승에 의한 비용상승형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과,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차원의 금리 인하에 동참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외부 충격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한은 내부 출신이기에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거나 신흥국 위기 확산 등 국내외 변수가 발생할 경우 기민한 대응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한은을 떠날 때 그가 김중수 현 총재와 대립각을 세웠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중앙은행의 전통적 가치와 규범 및 위상 제고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후보자는 당시 이임사를 통해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김 총재의 파격 인사와 조직개편을 겨냥해 작심발언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고유 위상 등에 대한 당시 후보자의 생각을 감안하면 한은의 독립성을 중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내부 출신 신임 총재가 부임할 예정이나 기존의 통화정책 전망을 수정할만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 올해 3분기까지 현 수준으로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모색하는 한편 정부와의 정책공조에도 적극 나설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승훈 연구위원은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 정책기획국장 재임 당시, 부동산 과열과 시중 과잉 유동성 대응을 위해 각각 지급준비율 인상과 대기업에 총액한도대출 축소를 입안한 바 있다"며 이 같이 내다봤다. 실제로 이 후보자는 부총재 재직 당시에도 백화점과 대형마트 임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국내 소비시장 변화를 물어보며, 통계 발표 전에 선제적으로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날 금융투자협회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4.2bp(1bp=0.01%포인트) 상승한 2.892%를, 10년물 금리는 5.4bp 오른 3.552%로 각각 고시했다. 3월만기 국채선물(KTB) 3년물은 18틱 하락한 105.80포인트로 마감했다. 이 후보자를 '매파'로 분류한 시장의 해석과, 내부 인사 임명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