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은행의 예금금리 하락세가 무섭다. 4% 이상 금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3% 이상 금리도 갈수록 쪼그라드는 양상이다.
정기예금은 8년만에 감소하면서 시들해진 인기를 나타내고 있다.
이 중 정기예금을 살펴보면 금리가 3% 이상 4% 미만인 예금 비중은 3.4%로 전월보다 약 7%포인트 감소했다. 2% 이상 3% 미만 예금 비중이 94.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2% 미만 예금 비중은 2.3%였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6% 이상 금리를 받던 예금은 2011년부터 모습을 감췄고, 5% 이상과 4% 이상도 각각 2012년과 지난해 잇따라 사라졌다.
이제는 3%대도 고금리인 시대가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리가 위태롭다.
지난해 연간으로만 보면 3% 이상 금리를 받는 예금 소비자는 전체 예금자의 15.2%였다. 73%에 달하던 전년에 비해 5분의 1이하로 감소했다.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자 정기예금 규모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정기예금 잔액은 558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9% 감소했다. 정기예금의 전년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5년(-2.9%) 이후 8년만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은행권에서 5억원을 초과하는 정기예금의 잔액은 307조9600억원에 총 76좌를 기록했다.
전년 하반기에 비해 잔액은 18.5%, 계좌 수는 28.9%가 각각 빠졌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변경 등 절세 요인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거액 예금이 이탈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소비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고금리 예금을 찾아 헤매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다.
은행연합회 통계를 보면 2월 기준으로 1년 만기 정기예금에 3%대 이율을 얹어주는 곳은 17개 은행(지방, 외국계 은행 포함) 중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예금통장이 유일하다.
1인당 최대 10억원을 예치할 수 있는 이 통장은 연 3.10%의 이율을 제공하고 있다. 지점 개설 대신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계좌를 개설해주기로 하면서 부대 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다.
출시 150여 일만에 수신고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으나 서울에서만 판매된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아쉬운 대목이다.
그나마 높던 산업은행의 KDB다이렉트/Hi정기예금 1년제 금리도 2.90%로 내려앉았다. 또한 산은의 다이렉트 상품은 통합산은 출범 예정일인 7월부터 신규 가입이 중지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정기예금으로 고객을 유치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