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관계형 중소기업금융 패러다임 모색

2014-03-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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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실장)

2000년 이후 금융기관이 대형화과정을 거치면서 기업금융이 거래금융(Transaction Banking) 관점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나, 중소기업을 둘러싼 금융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거래금융적 요소는 기업금융의 양적 성장을 유도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중소기업ㆍ금융기관간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 기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 금융을 둘러싼 리스크환경을 살펴보자. 2012년 기준 중기 담보대출 비율은 55.9%로 2008년(50.0%), 2010년(52.7%) 등에 이어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나 사업성에 기초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담보에 대한 대출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중소기업의 부채구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금융의 대출주기를 보면 경기변동에 따라 대출흐름이 결정되는 경기순응적 주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기 상승 시 대출 쏠림이, 경기 하강 시 대출중단이 발생해 기업과 금융 모두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설상가상으로, 단기 위주의 대출 만기구조는 중소기업의 유동성 리스크를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기준 만기가 1년 이하인 기업여신 비중이 69% 수준인데 이는 유럽 24%, 일본 27.2%, 대만 23.4%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기업의 금융접근성 역시 여전히 세계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에 따르면, 62개국을 대상으로 한 기업금융 접근성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권으로 구분됐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은 은행 중심의 자금조달, 낮은 기업금융 접근성 등으로 자금 순환흐름에 취약한 금융 특성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금융이 사업성과 기술력이 뛰어난 혁신기업이나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계형 금융기반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관계형 중소기업금융은 장기간의 거래를 통해 축적된 정보에 기초하기 때문에, 계량화된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기업과의 피드백구조가 가능한 대출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관계금융이 활성화되면 금융기관이 주거래은행으로서 기업과 생애주기형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에서는 독일의 하우스방크(Hausbank), 일본의 메인뱅크(Mainbank) 등과 같은 주거래은행 제도를 통해 지역 밀착형 관계금융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독일은 주거래은행인 하우스방크 제도를 통해 지역 중소기업과 장기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정부 소유의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은행이 관계금융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은 주거래은행에 지분을 제공해 투자 이익을 공유하고, 은행은 장기대출 위주의 여신지원, 컨설팅 업무 등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의 관계금융은 주거래은행 제도인 메인뱅크를 통해 이루어진다. 메인뱅크는 기업에 융자순위, 주식의 상호보유 정도, 임원의 교류, 거래의 역사, 기업 유사시 대출가용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

국내 은행산업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는 시점에서, 관계금융은 기존 금융구조의 틀 안에서 접근 가능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선진 금융기관들의 관계금융 사례를 분석하고,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관계형 금융모델을 연구해야 한다. 특히 관계형 중소기업금융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논의의 시발점은 한국형 주거래은행 제도에 대한 정책적, 전략적 접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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