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 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정부가 스스로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기획재정부에서 시행한 공공기관 평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38개 중점관리대상 가운데 2010년 19개(부채 10개, 방만 9개, 50%), 2011년 21개(부채 12개, 방만 9개, 55.3%), 2012년 14개(부채 9개, 방만 5개, 36.8%)가 B등급 이상을 받았다.
방만경영으로 지목된 인천공항공사는 3년 연속 우수등급(A등급)으로 분류되며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기준 공정성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1인당 복리후생비가 980만원으로 20개 방만경영 기관 가운데 6번째로 높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최근 3년간 B등급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54조9636억원의 금융부채를 안고 있어 한 해 이자만 2조3000억원 넘게 들어가고 있지만 기관평가는 여전히 ‘양호’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과다부채 상위 5개 기관인 LH(C-B-C), 한국전력공사(A-B-B), 예금보험공사(B-A-A), 가스공사(B-B-C), 도로공사(A-A-B) 등을 꾸준히 상위 등급으로 분류했다.
주목할 점은 2010년과 2011년 A등급을 받은 공기업은 각각 7개와 5개 기관이었는데 한국공항공사(2010년)와 한국감정원(2011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기관이 중점관리대상이다. 대부분 과다부채로 지정된 기관들이며, 이들은 지난 3년간 양호등급을 받으며 성과급을 두둑하게 챙겼다.
B급 기관도 만만치 않다. 2011년 공기업의 B급 평가를 받은 기관은 14개인데 인천항만공사를 제외하고 13개 기관이 과다부채, 방만경영 기관이다.
이들 기관들은 모두 정부의 평가를 통해 한해 최고 200%의 기관평가 성과급을 매년 받아왔다. B급도 180% 성과급이 지급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부가 중점관리대상 기관을 B등급 이상으로 평가하면서 과다부채와 방만경영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공기업이 사업을 벌이려면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제 와서 중점관리대상이라며 압박하는 모양새가 좋지는 않다”며 “마치 공기업들이 지금까지 부정과 부패의 온상인 것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더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성과급과 부채를 방치한 상황에서 공공기관 정상화를 명목으로 압박하는 게 오히려 정부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사업과 정치적 공약, 공공요금 동결에 의해 공공기관 부채가 누적돼왔다”며 “정책적으로 공공기관 부채를 이용해 정부의 무분별한 공약을 시행하는 것을 제도적·정치적으로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에서는 공공기관 평가는 과다부채와 방만경영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등급 여부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평가지표에서 수익성과 공익성 조화를 보고 있다. 한전 같은 경우 전기요금을 무조건 올릴 수 없다. 이로 인한 적자운영이 불가피한 것”이라며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주무부처 요구하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했느냐를 평가 항목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