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우아한 거짓말’, 당신의 자녀는 안녕한가요?

2014-02-2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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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비밀이 있는 거야…그래서 더 끈끈하지”

[사진=영화 '우아한 거짓말'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지난 1990년대 학교에서의 집단 따돌림, 일명 ‘왕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빵셔틀’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학급에서 ‘일진’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왕따를 당하는 친구에게 빵 심부름을 시켜서 생겨난 말이다. 물론 돈은 주지 않는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감독 이한·제작 유비유필름, 무비락)은 왕따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해 만 46세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이사와의 사이에서 기현, 기훈 두 아들을 낳은 김희애는 홀로 두 딸을 키우는 엄마 현숙으로 분했다. 현숙은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언제나 주책 맞을 정도로 쿨하고 당당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어느날 둘째 딸 천지(김향기)가 자살을 하는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내 첫째 만지(고아성)에게 “세 명분만큼 우리 둘이 더 행복하게 열심히 잘살자”는 긍정적인 말을 한다. 하지만 부모에게 있어 자식을 먼저 보내는 일이 쉽지가 않다. 현숙과 만지는 왜 천지가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났는지 몰랐다. 궁금했다. 언제나 가족에게 밝은 모습만 보이고, 예쁜 말만 하던 딸이, 동생이 왜 스스로 목을 맸는지.
 

[사진=영화 '우아한 거짓말' 스틸컷]

사실 천지는 계속해서 엄마와 언니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갑자기 “생일 땡겨서 MP3를 사달라”고 조르더니 “털모자를 짜줘”라고 말해 엄마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만지는 동생이 “만약에 친구가 있는데 친한척하면서 자꾸 괴롭히면 어떻게 해야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친구는 사귀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대꾸한다. “그럼 나는 누구랑 놀아”라는 말을 그냥 지나친 게 만지는 너무 속상하다.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현숙은 ‘못난 엄마’라며 가끔 눈물을 훔친다. 마트에서 만두 코너 담당 직원의 조카가 학교에서 맞고 와 삼촌에게 하소연을 하자 충혈된 눈으로 5만원짜리 지폐를 쥐어주며 “받아도 돼. 대신에 꼭 엄마한테 얘기해야한다”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준다.
 

[사진=영화 '우아한 거짓말' 스틸컷]

영화는 천지가 유서 대신 남겨 놓은 비밀 쪽지가 발견되면서 전환점을 맞이한다. 세상을 떠난 천지가 세상에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을 오히려 위로한다. 울지 말라고. 행복해야한다고. 다 용서한다고.

코믹 연기로 영화에 숨통을 틔워주는 유아인(추상박 역)은 유일하게 천지의 속마음을 많이 알고 있던 인물. 왕따 경험이 있었던 추상박은 천지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고민 상담을 해줬다. 추상박은 이런 얘기를 한다. “가족이니까 비밀이 있는 거야…그래서 더 끈끈하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한테는 비밀을 털어 놓을 수가 있어. 왜냐하면 비밀이 새어나갈 염려가 없거든.”

역설적이지만 왕따였던 추상박이 천지의 고민과 속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천지의 죽음에 안타까워한다. 천지는 가족에게 외롭지 않다고 ‘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사진=영화 '우아한 거짓말' 예고편 캡처]

‘죽은 자식 고추 만진다’는 말이 있다. 잘못된 일에 애착을 갖고 이루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자식이 있거나, 자신을 따르는 조카가 있다면 먼저 말을 걸어보자. “오늘 하루 안녕했니?”

혹시나 ‘우아한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여나 가족의 마음을 먼저 생각해 비밀로 부쳐두고 있지는 않은지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

12세 이상 관람가로 내달 13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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