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올림픽] 이상화로 시작해 이승훈으로 끝난 2014 소치올림픽

2014-02-2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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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이상화(왼쪽)와 남자 추월 은메달의 이승훈 [사진출처=SBS 소치올림픽 중꼐 방송 영상 캡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2018 평창올림픽을 기대케 하며 2014 소치올림픽의 성화가 꺼졌다. 한국 대표팀은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국민들을 웃고 울리고 때로는 화나게 하면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의 성적으로 올림픽을 마쳤다. 2006 토리노올림픽(금6, 은3, 동2)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10위권 진입에 실패하며 다음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많은 과제를 얻었다. 소치올림픽, 우리나라 주요경기를 중심으로 되짚어 봤다.

▲ 기대했던 메달은 나오지 않고…
한국의 첫 메달이 기대됐던 경기는 개막 첫날인 8일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 경기였다. 이승훈은 같은 종목에서 지난 밴쿠버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바 있어 메달이 기대됐지만 12위에 그치며 ‘메달 신고’에 실패했다. 남자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모태범 역시 한 끝 차이로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종합 10위안에 들겠다는 계획은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 대회시작 4일 만에 나온 메달… 이상화의 저력
결국 모든 이목은 이상화에게 집중됐다. 지난 대회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이상화는 경기 시작 전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 37초42(1위), 2차 레이스 37초28(1위)를 기록, 합계 74초70의 압도적 기록으로(2위와 0.36초 차) 금메달을 따냈다. 대회 4일 만에 나온 한국의 첫 메달이자 첫 금메달이었다.

▲ 모태범, 컬링 그리고 박승희
모태범은 스피드스케이팅 1000m로 설욕에 나섰지만 12위에 그치며 자신에게 쏠린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외의 종목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여자 컬링대표팀은 첫 경기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12-7)하며 서서히 부상하더니 홈팀 러시아마저 8-4로 꺾으며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귀여운 외모와 출중한 실력으로 ‘컬스데이’(걸그룹 걸스데이와 컬링의 합성어)라는 애칭을 얻으며 경기 때마다 큰 주목을 받았고 3승 6패를 기록하며 대회를 마쳤다.

여자 쇼트트랙 500m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건 박승희는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결승전에서 함께 레이스를 펼쳤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무리한 돌파를 시도하다 박승희를 넘어뜨렸고 박승희는 일어나려다 다시 넘어지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승희가 “머릿속에 든 생각은 한 가지, 결승점에 빨리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전 세계 팬들의 공감을 얻었고 ISU(국제빙상연맹) 역시 이 말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박승희는 3000m 계주,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 안현수와 함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쇼트트랙
이번 대회 가장 큰 이슈는 역시 안현수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었다. 15일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여고생 심석희가 1500m에서 은메달을 따며 서서히 여자 대표팀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반면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500m 동메달에 이어 1000m에서 금메달을 확보하며 노메달에 그친 남자 대표팀과 비교됐다. 안현수의 귀화 이유가 대한빙상경기연맹 내의 파벌, 전횡, 시스템 미비라는 얘기가 안현수 아버지로부터 흘러나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체육계의 부조리를 언급하는 등 대회기간 내내 안현수와 한국 쇼트트랙의 문제는 가장 큰 이슈였다.

안현수는 결국 2006 토리노올림픽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에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계주, 500m, 1000m), 동메달 1개(1500m)를 품에 안으며 ‘쇼트트랙 영웅’의 귀환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각기 다른 국적으로 3관왕의 업적을 이루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심석희 반 바퀴 역주… ‘효자종목’ 쇼트트랙의 신화는 계속됐다
여자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 가장 짜릿한 순간을 만들어 냈다. 바로 3000m 여자 계주에서의 금메달이 그것. 박승희, 심석희, 조해리, 김아랑, 공상정이 출전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결승전 한 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중국에 밀려 2위에 처졌지만 반 바퀴를 남기고 ‘에이스’ 심석희가 바깥쪽 역주로 중국 선수를 제쳐 버리며 금메달을 안았다. 소치에서의 한국대표팀 모든 경기 중 가장 쾌감 넘치는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 쇼트트랙은 박승희와 심석희가 나란히 1000m에서 거머쥔 금메달과 동메달, 이보다 앞서 확보한 박승희 500m 동메달과 심석희 1500m 은메달을 합해 우리나라가 획득한 메달의 절반 이상(총 8개 중 5개)을 따 내며 여전히 한국 동계스포츠의 ‘효자종목’임을 확인시켰다.

▲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좌절… ‘채점 논란’ 확산
‘피겨 여왕’의 마지막 무대였던 피겨스케이팅의 마무리는 채점 논란으로 깔끔하지 못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74.92점)하며 올림픽 2연패가 유력했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받아 합계 219.11점으로, 합계 224.59점을 기록한 러시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경기는 끝났지만 채점 논란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누리꾼과 국내․외 언론이 소트니코바가 점수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올림픽이 끝난 현재까지도 논란이 뜨겁다. 김연아는 “자신이 목표했던 ‘클린 연기’를 한 것에 만족한다”며 “메달의 색깔은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의 마지막 금메달을 되찾아 주려는 노력은 국내‧외에서 계속되고 있다.

▲ 남자 빙상의 자존심을 지킨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대표
안현수 문제와 더불어 한국 남자 빙상은 큰 위기를 겪었다. 노메달이라는 결과에 더해 총 7개의 메달을 따 낸 빙상 종목 여자 선수들과 비교됐다.

폐막을 하루 앞두고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에 출전한 이승훈, 주형준, 김철민이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다. 러시아와 캐나다를 격파하며 결승까지 진출한 팀은 ‘스피드스케이팅 최강국’ 네덜란드에게 아쉽게 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첫 메달을 기대했던 이승훈이 마지막 메달의 주인공이 되며 명예 회복에 성공했다.

▲ 소치를 뒤로 하고 평창을 향해 '새로운 출발'

한국은 금메달 3개(이상화, 박승희, 여자 쇼트트랙 계주), 은메달 3개(김연아, 심석희,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동메달 2개(박승희, 심석희)의 기록으로 2014 소치올림픽을 마쳤다. 목표했던 10위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밴쿠버올림픽의 종합 5위(금6, 은6, 동2)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일 수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열악한 지원이 낳은 거울이다.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88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 위상을 제고시켰고,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저력을 과시했다. 2018 평창올림픽에서 무엇을 보여 줄 수 있는가는 남은 4년을 어떻게 보내는가의 성적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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