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열린 20일, 금강산 호텔 단체상봉장에서 64년만에 만난 부부는 고령으로 인한 청력문제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 할아버지는 6·25 때 인민군을 피해 혼자 남쪽으로 잠시 내려와 있다가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아들 대성 씨는 5살이었다. 김 할아버지는 이후 남쪽에서 결혼해 4남1녀를 뒀다.
김 할아버지와 이번 상봉에 동행한 아들 세진(57) 씨는 "아버지는 북쪽 가족들에게 젊을 때 그렇게 헤어졌다는 미안함을 안고 살았다"라며 "가족들을 만나면 보고싶고 안아주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는 연로한 탓인지 64년만에 북쪽의 부인 김명옥 할머니(86)와 아들 김대성(64)씨를 만났지만 아내를 잘 알아보지 못했다.
세진 씨는 "너무 오래돼서 약간 못 알아보신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추스렸다.
64년만에 만난 부부라고 하기에는 서로 데며데면 대화도 나누지 않고 앞만 바라본 채 어색한 분위기 속에 침묵만 오갔다.
기자가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할머니 만나셔서 어떠세요"라고 묻자 남쪽의 아들이 "귀가 안 좋으시니 큰 소리로 이야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쪽에 아들역시 "어머니 귀가 안 좋으시다"고 말해 부부는 64년만에 만났지만 고령으로 인한 청력문제로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