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오해와 비난’에 채용제도 백지화…개편시행은 언제쯤?

2014-01-2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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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ㆍ이혜림 기자 = 해마다 벌어지는 취업제도의 모순을 변화시켜 보려던 삼성그룹의 시도가 예상치 못한 여론의 반대에 밀려 결국 백지화 됐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고 하더라도 국민과 여론의 공감대가 기반이 되지 않을 경우 실행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삼성이 총장추천제와 서류전형을 도입한 배경은 매년 20만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현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사실상 ‘삼성고시’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데, SSAT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젊은 구직자들은 각종 관련 서적 구입은 물론 학원까지 다니는 등 비용 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다양한 취업의 기회를 포기한 이들이 대거 SSAT에 매달리면서 채용규모에 비해 너무나 많은 탈락자들이 양산돼 이들이 갖는 자괴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으로서도 SSAT를 치르는데 들여야 할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

이에 삼성은 자체적으로 채용제 개편을 준비하고 공개한 것이 ‘총장추천제’였다. 미래전략실 내부에서도 도입을 놓고 찬반이 엇갈렸지만 초기 부작용만 잘 대응한다면 시행 3~4년 후에는 대학에서도 삼성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검증하고 골라서 추천을 해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삼성 관계자는 “총장의 추천인만큼 삼성의 수요에 맞는 인재를 보내는 것이 대학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삼성이 절대적으로 놓친 하나의 맹점이 있었다. 국내 1위 기업 삼성에 입사하는 졸업생의 수는 대학 평가의 또 다른 잣대가 된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합격생 수로 명문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고등학교와 비슷한 것으로, 각 대학은 삼성이 대학별로 추천 할당하는 인원 수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삼성측은 대학에 할당 인원을 비공개를 원칙으로 전달했지만 추천 인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일부 대학과 지방 대학들이 이를 공개하면서 삼성이 일부 대학들을 차별하고, 대학을 서열화하려고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돌아섰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나서 삼성 채용제도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려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강운태 광주시장이 “삼성의 채용제는 배려와 공생 정신이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고, 정치권에서도 “삼성이 대학 위에 군림하려 한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사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등 사태를 추스르려고 했지만 진전이 없자 삼성 내부에서 심각하게 대책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결국 28일 모든 제도의 전면 유보로 결정을 내렸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은 28일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총장 추천제의 취지는 대학에서 특별히 희생정신을 갖고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생 등 스펙으로 드러나지 않는 훌륭한 인성을 갖춘 학생을 추천받겠다는 것이었다”며, “사실 총장 추천제는 교수 추천제였다. 총장이 모든 학생을 다 알 수 없으니 교수 추천을 받게 될텐데, 교수들에게 추천권을 줄 수 없으니 총장에게 추천권을 주는 형식을 취한 거다. 삼성이 찾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에서 좀 해주면 고맙겠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의 한 관계자는 “총장이 추천했다고 삼성에 입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오해를 불식 시키지 못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제도였지만 여론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들 가운데 삼성을 키울 인재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좀 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담아 새로운 제도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새로운 채용 제도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소한 올해까지는 기존 채용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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