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불통의 늪-끝> 정치화된 교육부, 현장 목소리 '안들려'

2014-01-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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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교육부는 지나치게 정치화되어 있다. 지금 상태라면 '교육부 무용론' '교육부 폐지론'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안양옥 회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교육부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다. 안 회장은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은 교육부 내 정책 결정 방식의 경직, 소통의 부재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사태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교과서 논란을 키우는 등 결국에 '불통 교육부'라는 낙인을 찍게 될 위기에 직면했다.

◇역사교과서 사태, 교육부가 한몫

애초 역사교과서 문제는 보수와 진보 싸움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8월 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우편향' '사실 오류'에 대한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교육부가 당초 깔끔하지 못하게 대처해 나라 전체를 뜨겁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선 늑장 대처가 문제였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지적이 처음 나왔을 당시 교육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이후 이 문제가 격화되고, 민주당 의원들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을 항의 방문하자 그때서야 교과서 수정 검토 입장을 내놨다.

이후에도 '한국사 교과서 8종 전체 수정 명령' '수정 명령 완료 후 추가 수정' 문제에 이어 '교학사 교과서 채택 취소 관련 외압 특별감사'까지 매번 출판사들과 제대로 된 소통은 물론, 형평성을 맞추지 못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수정·보완 작업 최종 건수는 총 937건이었고, 이 중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수정 건수가 무려 80%에 달하는 751건이었다. 그러면서도 '모든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의견을 내놨다.

이렇다 보니 출판사들의 볼멘소리는 끊이지 않았으며, 이를 두고 '교학사 감싸기'란 의혹까지 제기했다.

◇국정교과서 환원 카드, 불신만 키워

상황이 시끄럽게 돌아가자 한국사 교과서를 현행 검인정 체제에서 과거 국정 체제로 환원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갈등이 계속될 것 같으니 아예 국가가 만든 단일 교과서를 사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교과서 전환 문제로 또 다른 갈등이 나타날 조짐도 함께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정교과서 환원은 최근 들어 여권에서 강조하는 사항이고, 야권은 민주·선진국가에서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는 나라가 없다는 주장과 함께 '유신시대 회기'로 보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 교육부가 편수 조직을 부활시키는 모습 역시 정부가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에 국정교과서 환원은 이미 시작했다고 보는 쪽도 많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국정교과서 체제 환원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과거 유신시대에 독재를 정당화한 국정교과서를 통해 획일화된 역사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 탁상행정 표본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 회장은 교육부가 교사, 학생, 학부모 등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전혀 듣지 않고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안 회장은 "현재 교육부는 정책 결정에 있어 지나치게 '톱다운' 방식이다. 그래서는 개혁이 될 수 없다. 현장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도입키로 한 시간선택제 교사의 경우 현장 분위기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현재 학교에는 시간선택제 업무가 꽤 있는데, 굳이 시간선택제를 만든 것은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사실 안 회장이 지적한 내용은 하루 이틀 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줄곧 질타받아왔던 사항이다.

답답한 건 현장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다.

서울 시내 모 고등학교 교장은 "교육부의 정책을 보면 현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장관이 사상 첫 교육관료 출신이라고 기대했는데, 실망이 좀 크다"고 했다.

보다 나은 교육정책을 위해 현장과 수요자와의 더욱 깊은 소통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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