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준 기자 =한 회 분량은 길어야 10분이다.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공중파 TV 드라마보다 소재를 선택하는데 있어 자유롭다. 무료로 제공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전은기 오아시스픽쳐스 대표가 꼽은 웹드라마의 매력이다.
전 대표는 최근 웹툰 ‘후유증’을 원작으로 웹드라마 후유증을 제작해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선보였다.
웹드라마 후유증은 10~2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시즌2까지 막을 내렸다.
시즌2가 공개된 지난 13일,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오아시스픽쳐스 사무실 인근의 카페에서 전 대표를 만나 후유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었다.
국내 시장에서 웹드라마라는 장르는 대중에게 다소 생소하다.
TV를 통해 보는 드라마와 비슷하기도 하고 극장에서 보는 영화와 닮은 점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소재가 다르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다르다.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는 새로운 콘텐츠다.
후유증은 한 회 분량이 10분 내외로 짧고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모바일에서는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후유증은 안대용(제국의아이들 김동준)이란 한 고등학생이 추락사를 경험하고 신비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 스릴러 드라마다. 주인공은 곧 죽을 사람은 빨간 눈으로, 누군가를 죽일 사람은 파란 눈으로 보이는 능력을 얻어 이를 둘러싸고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판타지물은 기존의 TV드라마에서는 다루기 힘든 소재다. 하지만 웹과 모바일을 통해 선보이는 웹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소재의 제약이 덜 하다. 그만큼 다양한 소재를 찾을 수 있어 타깃 층을 확실하게 정하고 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웹드라마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로 전 대표는 “대중성을 증명해보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이제껏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지 못한 이유는 길이나 촬영 방법 등에서 웹툰의 매력을 담아내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단순히 온라인용으로만 만든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대중성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대중성이 입증되면 향후 TV드라마로 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아시스픽쳐스는 지난해 여름 후유증의 판권을 구입하고 약 두 달간 대본 작업을 거친 후 10월에 촬영을 시작했다.
이후 한 달간 촬영하고 두 달간의 후반 작업 기간을 거쳤다. 제작 시스템은 영화에 맞춰 찍었으며 6월부터 네이버 측과 방송 횟수 등을 협의했다. 처음엔 15분짜리 8개로 제작됐지만 네이버 측에서 한 회 분량을 10분 이내로 줄이자고 제안해 이를 받아들였다. 내용이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학원물이며 웹이나 모바일로 보기 때문에 한 회의 호흡이 짧아야 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후유증의 특징은 시즌1과 시즌2가 차례로 공개되면서 각 시즌의 회차분이 한꺼번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나 웹툰이 연재 형식을 한 회씩 공개되는 것과 달리 시즌 전체 분이 한꺼번에 공개된 것이다. 전 대표는 “미국이나 일본 드라마는 시즌 전체가 한 번에 오픈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청자들은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다”며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잘 들어맞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판타지물이라는 후유증의 장르도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데 한몫했다. 애초에 스마트폰을 많이 접하는 10~20대를 타깃 층으로 선택했는데 젊은 층이 좋아하는 장르라는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장르적 특징이 확실하고 드라마를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에서 원작의 장면을 그대로 구현하는데 있어 어려움도 겪었다. 원작에서 지하철이 폭파 직전까지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지하철 공단에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지하철이 위험성이 있는 교통수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원작의 지하철은 웹드라마에서 지상철로 바뀌었고 그나마 제작진이 관련 기관에 읍소해서 실제로 달리는 열차를 촬영했다.
오아시스픽쳐스는 후유증을 선보일 플랫폼으로 네이버를 택했다. 원작인 웹툰 후유증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기도 했고 웹을 통해 많은 사용자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네이버가 적격이었기 때문이다. 네이버로부터 원작 작가와의 협업 부분에 있어 많은 지원을 받았다. 작가가 카메오로 웹드라마에 출연하는가하면 본편에 나오는 그림도 흔쾌히 그렸다. 전 대표는 “원작 선택부터 촬영까지 네이버 웹툰 사업부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후유증은 향후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선보일 전망이다. 웹드라마를 통해 대중성이 충분히 입증됐기에 제작사는 미국·중국 등의 업체와 판권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전 대표는 “웹드라마의 초반 제작 환경이 더 나아졌으면 한다”며 “다음 작품은 소셜 미디어에 맞게 좀 더 사이즈를 줄이고 좀 더 독특하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