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 인사동 한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나 청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전 방법과 관련한 질문에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했으면 그렇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카이네틱 댐 건설이라는) 결정 사안 외의 새로운 대안이 없으며,또 지금 내가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댐’ 설치를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문화재청, 울산광역시,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기관장 간의 협약을 체결하기로 한 바 있다. 카이네틱댐은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보호막으로 이뤄진 소규모 댐으로 정부는 암각화 전면에 카이네틱댐을 설치해 암각화를 훼손하고 있는 물의 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나 청장은 "아직 카이네틱 댐 확장 문제는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못했다"며 "공룡 발자국이 나오면서 확장이 검토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면서 아직은 모든 게 검토 중이고 자료수집 중이라고 설명했다.
나 청장은 “반구대 암각화가 발견된 지도 20년 가까이 됐다"며 "그동안 물의 흐름이나 약간의 땅의 흔들림 등으로 손상됐다. 그러나 어떤 원인으로 손상됐는지 과학적으로도 데이터가 없다. 우리가 하는 일은 암각화를 자연 상태로 뒀을 때 100년 갈 것을 200~300년 가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청장은 "다만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생기면 문화재 관련 전문가는 물론 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전문가와 소통해서 의견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청장은 문화재청 직원들의 의욕과 사기를 진작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숭례문 복구 부실 논란에 따른 감사원 감사와 경찰 수사를 받는 등 문화재청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숭례문 부실복구 수사와 관련해서는 “전 청장으로 수사가 확대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단지 나무, 단청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재료와 기법, 시스템으로 했는지,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는지 감사원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가 나오면 대처 방안이나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어떻다고 말하기 어렵다."
나 청장은 문화재 보존·복원에 대한 의견도 내놓았다. “외형적으로 완전히 망가졌을 때 현대 사람들이 그 시대 정신을 통해 당시의 공법을 조금이라도 이어야 한다” 그는 “나는 이런 생각으로 문화재를 보존·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최근 수리 복원은 단순히 공사 기술 만으로 한다. 그야말로 얼빠진 복원이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나 청장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학예실장으로 35년간 재직했다. 매장문화재, 동산문화재, 무형문화재 분과위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 위원을 역임해 그 전문성과 경험이 뛰어나다는게 청와대의 평가다. 아직 미혼이다.
“우리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을 하고 계승해야 한다. 문화재 복원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취임 8개월만에 낙만한 변영섭 전 청장의 경질과 관련, 나 청장은 "임기는 짧지만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일을 해오면서 안 맞는 일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 적은 없다. 대한민국 문화의 핵인 문화재의 보존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방향을 정하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