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훈춘에서 핫산의 러시아 설원을 둘러보고 그 핫산의 뒷머리 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 3시간 달린다. 도착한 곳에서 러시아 자작나무를 구경하고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의 현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잔다. 이틑날 다시 훈춘 카페리를 타고 강원도 속초항으로 귀항한다.
지난 1일 '한·러 간 단기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됐다. 이로써 한·러 양국은 비자 없이 양국을 드나들게 됐다. 그러나 한·러 양국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교류도 탄력을 받게 됐다. 물론 여기에 훈춘과 핫산을 연결하는 북한의 나진까지 묶는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한·러 무(無)비자 시대…비용·시간 절감
속초항을 통한 기존 4박5일 백두산관광 상품은 러시아 비자비용을 포함해 50만원과 70만원선으로, 러시아 비자 발급 비용은 관광상품 가격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왔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 1일 '한·러 간 단기 비자면제 협정'이 발효돼 이 문제가 말끔히 해결됐다. 또 입국시 비자 확인이 불필요해짐에 따라 러시아 입국 수속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30분에서 15분 이내로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지난 1일 속초항에서 중국과 러시아 항로를 운항하는 스테나대아라인㈜의 '뉴블루오션'호가 러시아인 240명을 포함해 한국인과 중국인 등 모두 322명을 태우고 전날 자루비노항을 출발, 새해 첫날 오후 1시께 속초항에 입항했다. 한국을 무비자로 방문하는 러시아인들의 첫 입국이다.
지난해 11월 13일 한국을 방문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유라시아를 하나로 연결하자며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관련한 한·러 협력관계가 집중 논의된 성과물이다.
한·러 간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향후 한·러 간 관광 및 교역증가 등 물적·인적교류가 늘어나 속초항의 '속초~자루비노·훈춘항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안영집 외교부 영사국장은 5일 "우리나라 대기업의 대(對)러시아 진출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지역의 진출에 비해 미미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무비자로 인해) 한국과 러시아 간 인적 교류가 늘어나고 비지니스 등 많은 부분에 기대감이 높아져 극동지역으로의 투자 진출에 탄력을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국장은 이어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출입국 관련 문제가 가장 큰 제약요소로 작용했었지만 이제 이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향후 대기업 진출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진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연결하는 환동해권 항로를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로 구상하는 강원도와 속초시는 한·러 무비자 시행에 들뜬 분위기다.
◆ 한·러 비자 면제에 中 훈춘도 '활짝'
속초항은 '자루비노~훈춘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항로를 통해 중국 동북 3성과 극동 러시아를 최단거리에 연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중국 동북 3성에 있는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진출은 물론 한·중·러 간 투자 진출에 대한 움짐임도 활발해 질 전망이다.
중국의 동북3성 지역에서 무역상을 하는 40대 한국인 기업가는 "시베리아 극동지역의 경우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가간 러시아로의 진출에 경쟁이 붙을 수 있다"며 "접경지역인 중국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 사증 면제가 발효돼 이곳(중국)에서 러시아로의 진출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업가는 이어 "중국의 훈춘지역과 러시아, 한국을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양국민의 교류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러시아로 관광을 가기 위한 사람들이 중국을 거쳐(중국관광을 하고)러시아까지 둘러보고 오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속초항은 '속초~자루비노·훈춘항로'를 통해 중국의 동북3성, 극동러시아와의 접근성을 이유로 한·중·러 3개국을 왕래하는 국제항로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 "상대적으로 미비했던 러시아와 교류 강화"
외교부는 2014∼2015년 '한·러 상호방문의 해'를 계기로 양국 간 교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한·러 양국간 교류 인원은 연간 18만명으로 러시아가 주변 4국 가운데 가장 적다. 같은 해 한중 교류 인원은 679만명, 한일 교류는 530만명, 한미 교류는 182만명이다.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 가운데서는 한국과만 유일하게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했다는 것은 앞으로 교류 확대가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특히 극동 지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의 의료 관광 등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중국, 일본, 몽골 등과는 비자면제 협정이 없는 상태다.
이런 효과가 기대되면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도 비자면제를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비자면제는 지난해 두 차례 있었던 한·러 정상회담의 성과"라며 "기업과 시민들로부터 잘했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한국이 러시아와 사증 면제를 한 것은 국민 편익증진 외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