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천국'이라고 불리는 홍콩 번화가에 들어서면 빌딩 숲안에 수많은 볼거리와 식당 등이 가득하다.
좁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물러야 하기때문에 홍콩의 건물은 높기만 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홍콩인은 10평내외 주거공간에서 한가족이 모여 산다. 20평대에 사는 사람은 중산층으로 불리울 정도로 주거공간이 비좁다. 특히 부엌 등이 좁아 가정에서 조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외식문화가 자연스레 발달됐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모인 탓에 각국의 다양한 식문화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 각국의 유명한 명품브랜드가 홍콩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처럼 농식품도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홍콩이 먹을거리에 대한 홍보의 장이자 테스트 마켓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런 까닭에 국내 가공 식품업체들이 중국 진출에 앞서 홍콩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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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9월 홍콩의 주요 품목 수입동향
◇광동탕·인삼차 등 차문화 즐기는 홍콩…고려인삼은 '최고급 약재'
홍콩은 인삼에 대한 자체 생산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홍콩에서 인삼은 광동탕, 인삼차, 엑기스 등으로 주로 사용되며 원기회복이나 보양식으로 소비한다.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약재의 하나로 인식되는 인삼은 질병의 치료보다는 평소 탕으로 복용해 원기회복이나 체력증강을 위해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박성국 aT 홍콩 지사장은 “중국 광동성 지역과 홍콩인들은 몸에 좋은 약재나 치킨, 수산물을 넣어 만든 탕을 자주 먹는 데 인삼은 광동탕을 끓일 때 좋은 약재로 쓰인다”며 “인삼을 슬라이스 형태로 구입해 뜨거운 물에 타서 차로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광동탕은 중국 남부 및 홍콩 등 광동지방에서 주로 마셔오던 중국식 탕으로 건조생약, 고기, 채소 등을 넣고 만든다. 몸상태가 좋지 않거나 땀을 많이 흘린 날 주로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서는 중국식 탕을 끓일 때 연중 구매가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 캐나다산 화기삼을 주로 이용한다. 고급 탕을 끓이거나 노약자, 산모, 환자 등 특별식을 준비할 때는 고가의 한국 홍삼을 구입한다.
박 지사장은 “인삼의 주요 구매층은 인삼이 가족단위로 먹는 음식에 사용되기 때문에 특정짓기가 어렵지만 한약재 소비가 많은 장·노년층에서 많이 선호하는 편”이라며 “한국의 고려인삼은 각국의 인삼 가운데 최고급으로 인식돼, 어른을 공경하는 문화가 자리잡는 홍콩에서는 부모를 위해 고급약재인 고려인삼을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1~9월 홍콩의 인삼 수입액은 1억4183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5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캐나다 화기삼 수입액은 9193만 달러, 한국의 고려인삼은 2818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7%, 42.3% 증가했다.
◇딸기·버섯·생굴 등 신선식품 소비 증가
버섯과 딸기, 생굴 등 홍콩에서 자체 생산이 안되는 신선식품에 대한 소비도 늘고 있다.
9월말 버섯 전체 수입액은 1111만 달러 전년 동기대비 31.2% 증가했다.
표고버섯은 중탕 및 중화요리에, 팽이버섯은 샤브샤브나 라면을 먹을 때 사용된다. 그 외 버섯은 현지인들 사이에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최희종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한국산 버섯은 홍콩에서 인지도가 높다”면서도 “6월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한국산 버섯은 포장 부실, 부패 및 손상 등으로 소비자 구매가 줄었는 데 한국식품기업은 이를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1~9월 중국산 버섯 수입액은 298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164.7%증가한 반면 한국산은 216만 달러로 13.1% 감소했다.
생국을 먹는 습관이 없었던 홍콩인은 1980년대부터 유럽사람들이 생굴을 즐겨먹는 모습을 보고 생굴을 먹게됐다. 초기에는 형태와 원산지에 관심이 없었고 호텔 뷔페에서만 생굴을 볼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요리 전문가들이 생굴 전문점 운영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굴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약 20개국에서 150여 종류의 생굴이 수입되고 있으며 생굴 전문점(Oyster Bar), 유통매장, 호텔뷔페 등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산 생굴은 크기가 작아 주로 뷔페에 많이 사용된다. 영국과 호주산 생굴의 가격과 크기는 프랑스와 미국 생굴 중간정도로 뷔페와 전문점에서 다양한 생굴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사용한다.
최 실장은 “대량 생굴이 필요한 업체일수록 벌크로 생굴을 주로 주문하는 편이지만, 소량의 고가 생굴을 주문하는 전문점들은 원산지에서 다스(Dozen) 포장으로 공급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거리가 가까워서 가격도 경쟁력이 있고, 굴 상품은 다른국가의 굴보다 품질이 월등히 우월하기 때문에 호텔 등 고급 시장을 공략해야한다”고 말했다.
홍콩의 유통매장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김치는 수입산이다.
반찬에 대한 개념이 없는 광동인들은 김치의 용도를 몰라 TV를 보면서 간식으로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 유명 식당체인이나 레스토랑에서 김치 프로모션이 시작, 먹는 방법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인지도도 상승하고 있다.
딸기의 경우 199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딸기를 수입해 왔다.
최근 현지인들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산 딸기는 사이즈는 크지만 신맛이 강하고, 일본산은 당도가 높으나 가격이 비싸고, 한국산은 단맛과 신맛 조합이 제일 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마켓 홍콩서 한국 농식품 인기 고공행진
올해 1~10월 홍콩의 한국 식품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6% 증가한 3억680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딸기 36.7%(870만달러), 인삼 34.1%(3050만달러), 라면 30.9%(980만달러) 등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홍콩의 농식품 전문 수입업체인 ‘탑윌’은 지난해 복숭아, 딸기, 단감, 배 등 200만 달러 규모의 신선농산물을 수입했다.
케네스 리 탑윌 대표는 “홍콩의 중산층 소비자 사이에서 한국 농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K-POP, 드라마 등 한국문화와 함께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과 식품안전성이 보장된 한국 농식품을 좋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 대표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농식품 등 한국산 물품 애호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신선농산물이 인기인데 하절기에는 포도, 복숭아, 멜론, 참외, 곶감 등을 동절기에는 딸기, 단감, 사과, 배 등 한국산 신선농식품을 연중 수입, 그 물량을 점차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aT 수출이사는 “홍콩 현지인들은 광둥성 요리를 즐긴다"며 "신선한 재료가 주로 사용되며 당일 구매, 당일 소비 패턴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홍콩은 트랜드를 선도하는 국가인 만큼 한국 농식품도 이곳에서 수많은 실험을 해봐야 한다”며 “한국의 신선농산물이 홍콩에서 잘 팔리면,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그 농산물을 수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