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DIZ에 이어도 상공이 포함된 지 이틀 후인 25일, 이 지역에 미국의 B-52 폭격기 2대가 중국에 사전통보를 하지 않은 채 전격적으로 해당 지역을 비행함으로써 긴장을 높였다. 우리의 공해상에서 G2(미국과 중국)가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한·미간 대(對)중 공동전선이 형성되면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딜레마 상황에 처했다.
중국 역시 안보분야에서 '굴기'를 택한 뒤 반대급부로 미·일동맹이 급속히 강화되면서 우리가 한쪽을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서상민 국민대 중국인문사회연구소 HK연구교수는 27일 "미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격화되면 박근혜 정부의 신뢰외교 전체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며 "강대국간의 게임, 힘의 정치가 현실적 정치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말하는 신뢰외교는 힘의 외교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단순히 방공식별구역 문제만이 아니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열도) 문제, 중국 항공모함 건조 문제, 일본 집단적 방위권 문제 등이 동북아 군비경쟁을 격화시키는 국면으로 가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며 "이는 현재 동북아시아에 불고 있는 한(寒)풍이 힘의 정치가 현실적 정치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외교가에서도 한·미동맹과 한·중관계 사이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박근혜 정부에 '선택의 순간'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미국이 환영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한국이 크게 반대 깃발을 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서 교수는 "현 동북아의 국제정세 자체가 신뢰외교의 실행 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시험대"라며 "신뢰외교가 아직 기초가 약한 상황에서 '선택의 순간'이 너무 일찍 와버렸고, 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과 경제적으로는 긴밀하게 협력하지만 한·미동맹과 같은 전략적 관계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선택사항)은 별로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우리 정부는 이날 "우리의 이어도 이용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대외외교에서 대미·대중외교의 균형을 잡아가겠다는 생각이 급속히 한·미동맹 강화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중국 방공식별구역 문제가 향후 동북아 안보지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공동 대응키로 의견을 모든 것으로 27일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