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현지시간) 새벽 두 대의 미국 전략 폭격기(B-52)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상공을 지나갔다. 미국 국방부는 이 폭격기가 군사적 용무가 아닌 훈련을 위한 비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계획된 훈련비행으로 괌에서 귀환하는 길에 방공식별구역 상공을 거친 것이라는 얘기다. 폭격기는 몇 시간 동안 상공에서 훈련했으며 방공식별구역 상공에 머문 시간은 약 1시간이다. 이 비행은 중국 측에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고 이상 없이 훈련을 끝냈다.
그러나 이번 비행이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폭력기 출동이라는 위력을 과시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낸 것. 폭격기 출동으로 중국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건넨 것이란 얘기다. 블룸버그는 이번 비행이 미국이 중국의 동중국해 공략에 반대하는 아시아태평양 동맹국과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중국해는 황해 남쪽에 이어지는 해역으로 타이완 난세이 규슈에 둘러싸여 있다.
일본은 미국도 중국의 영토 설정에 반발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도발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 발생할 우발적인 충돌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국방당국은 폭격기의 비행에 대해 "중국은 관련 공역에 대해 유효통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경고했다. 겅옌성 대변인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항공기의 과정을 감시했고 즉각 식별했다고 밝혔다.
동중국해를 사이에 끼고 중국과 일본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센카쿠 열도에 행정권과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반발하고 있다. 여러 차례 무력 충돌을 빚으면서 양국 간 정치적 관계는 물론 경제교류까지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면서 일본 항공사들은 중국에 비행계획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일본 항공사에 비행계획을 제출하지 말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일본항공 등 항공사들은 지난 주말부터 중국 측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하는 대만과 홍콩 정기편에 대해 비행계획을 중국에 제출하기 시작했었다. 항공사 측은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처럼 일반 항공기도 중국에 위험 대상이 될 수 있어 동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