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휴대전화 제조사 보조금을 없애는 등 고가의 스마트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단말기유통법(이하 단통법) 상정에 대해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휴대전화 산업이 붕괴되고 원가공개에 따른 영업기밀 누출도 불가피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후발 제조사 경쟁력 저하 등은 불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삼성의 주장에 반박하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이다. 독점적이고 기형적인 제조사의 유통구조를 투명한 시장구조로 재편하자는 취지를 왜곡시켜 여론몰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제조사들의 단통법 반발 이면에는 국회를 움직여 단통법 수정안에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재계 간 힘겨루기는 이뿐만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적발된 기업들이 저마다 행정소송으로 힘겨루기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공정위와 기업 간 행정소송은 어제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공정위 제재에 불복하는 행정소송률이 급증하는 등 정부와 재계 간 불편한 마찰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처벌한 448건 중 기업들이 불복해 소송전을 펼친 비율은 13.3%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7년과 비교해 2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이들 중 대부분은 대형 로펌의 조력을 받고 있는 대기업이다.
지난달 확정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놓고도 정유·광업·철강·시멘트·석유화학·섬유·요업·전기전자·디스플레이·반도체·자동차·조선·음식료품 등 환경분야 대상 기업들이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이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용효과적인 제도라는 논리로 재계를 설득 중이다. 부문별 관장기관(산업·발전-산업부, 건물·교통-국토부, 식품·목재-농림부, 폐기물-환경부)과 관리업체 간의 협의를 거쳐 설정했는데 뒤에 가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게 환경부 측 주장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각 정부부처 수장들이 민생탐방·현장 간담회 등 손톱 밑 가시 뽑기를 위해 나서고 있지만 중소기업으로서도 가시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중소기업 손톱 밑 가시를 뽑기 위해 대기업 가시 박기에 나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간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직접적인 정책 방향에 노이즈는 잔존한다. 깊어지는 경제계 울상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 경제 분석가는 "정부와 재계 간 이해 차이가 커지고 있다. 자칫 괘씸죄로 몰려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분주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 등 공정거래법 개정과 강력해지는 환경 규제 등 재계의 반대가 정부를 설득하기보다 국회 등 정치권의 이해관계자를 움직이려는 행동이 늘고 있다. 때문에 정부와 재계 간 로비·여론몰이라는 불편한 단어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분석가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기능적 측면의 규제 완화에 매진하고 있지만 규제가 하나 빠지면 신규 규제가 생기는 탓에 정부와 재계 간 힘겨루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살리고 대기업 중심의 불균형 성장을 바로 잡자는 정부의 액션 행보는 당분간 불편한 마찰로 대립될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경제활성화와 경제민주화를 이분법으로 내다보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규제 완화와 신규 규제 등 경제활성화 정책 속에 녹아 있는 것으로 시대가 변화하면 규제도 변화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규제 과잉이 재정 부담과 환경·고용·공정경쟁 등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고 철저히 심사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