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배우 백진희가 새로운 황후 캐릭터를 선보였다. 궁궐의 가장 높은 여인 중 한 명으로 어질고 인자한 모습을 보여준 황후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르다.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한 캐릭터지만 역사에는 한 발짝 멀어진 느낌이다.
19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타나실리(백진희)가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과 첫날밤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졌다.
타환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타나실리는 두 손으로 가슴을 모아 몸매를 부각시키는가 하면 타환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며 "제 품에 옥체를 묻으소서. 신첩의 몸과 마음은 폐하의 것이옵니다"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타환은 타나실리의 마음도 모르고 술만 잔뜩 마시며 잠이 들었다. 첫날밤부터 소박을 맞은 타나실리는 술주전자를 입에 털어 넣으며 "술을 더 가져오라"며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존심이 상한 타나실리는 황태후(김서형)에게 아침 문안 인사를 가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 내명부 환관과 상궁을 모아 조회를 여는 자리에서도 황태후 대신 자신이 참석하며 권력을 표현했다.
이 조회에서 내명부 사람들은 자신을 소개했지만 타나실리는 안하무인한 모습을 보이며 당황스럽게 했다. "내가 어떻게 너희들의 이름을 다 외우겠느냐"며 "궁녀치고는 못생겼으니 호박, 얼굴이 검으니 숯뎅이, 뚱뚱하니 멧돼지, 게으르게 생겼으니 굼벵이"라는 자신만의 호칭을 지었다. 독만(이원종)이 "황실에는 나름의 법도가 있다"며 이를 말렸지만 타나실리는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독만을 향해 "볼수록 얼굴이 넙데데한 것이 두꺼비를 닮았다"며 떡두꺼비라는 호칭을 붙였다.
이날 보인 타나실리의 행동은 분명 기존 사극 드라마의 황후 모습과는 달랐다. 첫날밤을 준비하며 수줍어하거나 부끄러워하는 표정 대신 남자에 대해서 잘 안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소박을 맞은 장면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하지 않고 술주전자를 입에 털며 술을 더 가져오라고 짜증을 부렸다. 황태후와의 신경전에서는 내명부 사람들을 본디 이름이 아니라 자기 마음대로 호칭을 부르며 기존의 황실 법도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타나실리의 이런 색다른 모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특히 백진희라는 배우의 순수하고 지고지순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변신은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역사 왜곡 문제로 시끄러운 출발을 알린 '기황후'가 허구로 점철된, 퓨전 사극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씩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선과 웃음을 잡기 위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콘셉트를 잡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