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인도·말레이시아 등 5개국의 외화 차입규모는 360억 달러(약 38조52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나 증가한 금액이다. 인도가 15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인도네시아가 1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은 각각 5억 달러였다.
상대적으로 자국보다 해외 금리가 저렴하기 때문에 외화 차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기업은 자국에서 대출할 경우 7% 이상의 금리를 내야 한다. 그러나 3개월 기준 런던 은행 간 거래 금리인 리보는 1.7%에 그친다.
신흥국의 환율시장은 상당히 변동성이 높다. 지난 상반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연준의 양적완화는 전 세계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췄으나 양적완화를 축소할 경우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아시아 기업들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신흥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아시아 회사채 매입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아시아 환율가치는 달러 대비 크게 떨어졌다. 올해 인도네시아의 루피아 환율가치는 달러 대비 17% 하락했다. 인도의 루피는 13%, 말레이시아 링깃은 4% 떨어졌다. 이러한 환율가치 하락은 신흥국의 대출을 더욱 증가시키고 기업들의 부채상환 부담도 커진다.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세로 1997~1998년 외환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마우식 루드라 글로벌 신용조사국장은 "신흥국 통화가치가 더 떨어진다면 외환 차입의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대비책을 마련했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타격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신흥국의 성장둔화·경상수지 적자·부족한 외환 보유액 등이 신흥국 환율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투자자들은 내년에 미국의 출구전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 미국의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3%를 넘어서고 아시아 기업들의 신용스프레드도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차입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아시아 기업의 디폴트 가능성도 높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