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주변에 호텔이 왠말이냐'…가능성 타진에 논란

2013-11-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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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희망 업체에 설명 기회, 3개 지역교육청 시범운영

아주경제 한병규 기자 = 내년부터 관광 활성화가 필요한 곳이라면 학교 주변이더라도 숙박시설 건립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학교 주변 관광호텔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투자활성화 대책에 따라, 숙박시설이 학교 인근 건립을 원하면 해당 사업체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서 직접 사업계획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환경정화위원회 운영방안 개선안’을 마련해 내년 초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또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중부·부산 남부·인천 남부 등 관광용 숙박업소가 필요한 곳으로 여겨지는 교육지원청 3곳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시범운영 교육지원청 중 서울 중부교육지원청의 경우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인 부지를 관할하고 있다. 이 땅은 덕성여중·고, 풍문여고 등으로 둘러싸여 호텔 건설이 막힌 곳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옛 미국 대사관 직원숙소 부지를 사들여 관광호텔과 공연장, 갤러리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려 했지만 중부교육지원청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대한항공은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2년에 걸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교육부 발표에 이어 박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은 “관광분야 투자활성화 법안 등이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관광진흥법이 통과되면 약 2조원 규모의 투자와 4만7000여개 고용이 창출된다”고 한 바 있다. 

이에 교육 관계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습 분위기 악화가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교육단체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건립을 시도 중인 호텔은 숙박시설 뿐 아니라 오락시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의 예외규정이 다른 곳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당사자인 인근 학교 관계자들 표정은 더욱 심각했다.

부지 인근 학교 교사는 “사업체에 설명할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허가를 주려는 시도이지 않은가”라며 “이럴 경우 학교 환경 악화는 심각해지고 학부모들의 기피 현상도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학교 교사는 “호텔에 국가 정상들이라도 묵게 될 경우 주변 학교는 경호거점이 될 우려가 크고, 관광객이 넘치면 면학 분위기가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고 반대했다.

한편, 교육부는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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