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응사’, 금토 못 놀게 만든 이기적 드라마

2013-11-18 07:00
  • 글자크기 설정

2번의 키스와 해태 손호준의 재발견

[사진=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금요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친구 등 지인들과 약속을 잡고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수다를 떨거나 일주일동안 업무에 시달린 스트레스를 술로 풀기도 한다. ‘부어라 마셔라. 내일은 휴일이니까 불태워보자’라며 마음을 놓고 즐겨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토요일 역시 금요일처럼 다음날 쉴 수 있어 야외로 나가거나 늦은 밤까지 즐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난 10월 18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고민에 빠졌다.

나갈 것이냐, tvN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이하 응사)를 볼 것이냐.

아주 이기적인 드라마다. 시간도 애매한 오후 8시 40분이다. 시작 전에 누군가를 만났다 들어오기도, 보고 나가기에도 어정쩡하다.

금요일과 토요일마다 브라운관 앞으로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더니 매회 조금씩 힌트를 주면서 쓰레기(정우)와 칠봉이(유연석), 해태(손호준), 빙그레(바로) 중에 누가 성나정(고아라)의 남편이 될 것인지 맞춰보란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쓰레기와 칠봉이 둘 중에 한 명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윤진(민도희)과 결혼한다고 밝혀진 삼천포(김성균) 외에는 모두 후보다. 미리 설정해 놓은 신랑이 있으나 이우정 작가가 마음먹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도 함정. 보는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잘 여문 여드름처럼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총 20부작인 응사가 지난 16일 반환점을 돌았다. 10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에서는 나정과 쓰레기, 칠봉이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첫 눈에 대한 설렘은 나정에게 용기를 줬다. 쓰레기와 함께 첫 눈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정은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가 한 개도 안 편하다. 전에 윤진이가 했던 말 기억하나. 윤진이가 술 먹고 했던 말 있다 아이가. 내가 오빠 좋아한다고. 그거 진짠데. 진짜라구”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췄다.
 

[사진=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쓰레기가 “정아. 오빠는…”이라고 무언가 대답하려 했지만 나정은 “아이다. 니 아무 말 하지마라. 더 쪽팔린다. 오빠 니는 아무 것도 할거 없다. 내 좋아해달라는 기도 아이고. 그냥 내 마음을 알려주려고 한기다”라며 쓰레기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다 눈 때문이다. 첫 눈이 와 내가 미친갑다”라는 나정의 말에 쓰레기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1994년의 마지막날과 1995년 새해를 맞아 나정과 윤진, 해태는 삼천포의 고향집 경상남도 삼천포로 놀러갔다. 수업시간에 자료발표가 있었던 쓰레기와 일본 요미우리 구단의 스카우터와 미팅이 예정돼 있던 칠봉이는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나 눈길에 미끄러져 병원에 입원한 교수님과 결항된 비행기 탓에 시간이 생긴 쓰레기는 당구장으로 향했고 칠봉이는 삼천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도착한 칠봉이는 마지막 기생 출신인 삼천포의 할머니로부터 아련한 첫사랑 얘기를 들었다. “스무살로 돌아가면 좋아하는 사람한테 좋다고 얘기할거다”라는 할머니의 얘기에 칠봉이는 느끼는 바가 컸다.

칠봉이는 밤 늦게 서울로 올라가야만 했다. 새해 첫날 일본 측 관계자와 만남이 있었기 때문. 칠봉이는 삼천포의 할머니에게 “방학하면 성균이와 꼭 다시 오겠다”라고 다짐했다. 나정은 그런 칠봉이를 배웅하겠다며 터미널까지 동행했다.

1994년을 보내고 1995년을 맞이하기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칠봉이는 “이렇게 짧게 있을거면 왜 내려왔느냐”라는 나정에게 “너 바보냐”라고 말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나정이를 바라보며 “내가 6시간 버스타고 내려와서 딱 3시간 있다가 또 6시간 버스타고 올라가고. 왜 그럴 것 같으냐”라고 반문했다.

“너도 알 것 같은데….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말해야겠다. 올해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짝사랑을 2년 동안 할 수는 없잖아. 너 좋아해. 그러니까 여기까지 내려왔지. 그렇다고 나를 좋아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야. 너 다른 사람 좋아하는 것도 알고…. 그래서 말하지 말까 고민도 했었는데 좋은걸 어쩌겠느냐. 오늘 말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오늘이 지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 10초 남았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카운트다운을 시작한 칠봉이는 1995년이 되자마자 나정의 입술을 훔쳤다. 그 시각 쓰레기는 빙그레(바로)와 심야 영화 3편을 보기로 했다. 쓰레기는 나정과 본 영화 ‘마누라 죽이기’를 재관람하게 됐다. 빙그레는 “형님 나정이랑 보신 영화 아니냐”라며 영화를 바꾸려고 했지만 쓰레기는 “괜찮다. 영화 한 개도 기억 안난다”라고 말해 나정의 고백에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진=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한편 지금은 옅어졌지만 당시 심했던 지역감정 탓일까, 삼천포의 부모님은 전라도 여수 출신인 윤진을 “너는 초등학생 같다. 많이 좀 먹어야겠다”면서 괜히 못마땅했다.

그러나 윤진의 조개를 까는 모습에 삼천포의 어머니는 “손이 야무지다”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삼천포의 어머니는 “남들 클 때 뭐했느냐”며 조개를 빼 먹여줬다. 윤진은 그런 어머니가 타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나 윤진은 커피를 마시면 잠을 못자는 체질. 삼천포는 윤진이 커피 못 마신다고 얘기해주려고 했으나 어머니의 성의를 생각해 원샷을 한 윤진을 다시 보게 됐다.

여기에 삼천포의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킨 유일한 친구가 됐다. 새해 첫 일출을 바다 위 선상에서 보여주겠다는 아버지의 말에 홀로 부두가로 나왔다. 삼천포는 또다시 윤진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다.

어색해 더욱 풋풋한 삼천포와 윤진은 배를 몰다 잠깐 잠든 아버지 몰래 일출을 바라보며 첫 키스에 성공했다. 두 사람의 첫 키스는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배경으로 더욱더 아름다웠다.
 

[사진=tvN '응답하라 1994' 방송 캡처]

제작진은 해태 역시 신랑감 후보임을 강조했다.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 나정은 해태에게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느냐”라고 물었고 나정을 지그시 바라보던 해태는 “만약 나라면…”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해태, 나정, 쓰레기, 칠봉이를 한 컷에 담으며 끝났다.

이날 응답하라 1994는 순간 최고 시청률 10%(닐슨코리아·케이블 유가구 기준), 평균시청률 8.8%를 기록하며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최고의 1분은 커피를 못 마시는 윤진이 삼천포의 어머니가 타준 커피를 거절하지 않고 마시는 장면이 차지했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4가 금토드라마가 된 이유에 대해 “주 5일제가 자리를 잡힌 상황에서는 주말을 금요일부터로 봐야할 것 같다”며 “그래서 금토드라마를 만들게 됐다”고 답했다. ‘응사앓이’에 빠진 시청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말을 보장하는 주 5일제 때문에 금요일 밤을 불태우지 못하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