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경기 불황에도 허리끈 풀었다

2013-11-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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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시중銀 1~3분기 물건비 3조원 육박…외환‧하나‧국민銀 증가

시중은행 물건비 지출 현황.[자료=금융감독원, 각 은행 제공]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시중은행 대부분이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보다 많은 판매관리비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지에 따라 충분히 절감할 수 있는 물건비를 늘려 허리끈을 졸라매기는커녕 오히려 풀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감독원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분기(1~9월) 기준 7개 시중은행 가운데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은행이 지출한 판관비 중 물건비는 2조9227억원으로 추산된다.

판관비는 크게 인건비, 물건비, 감가상각비로 나뉘며, 이 중 기타일반관리비로도 불리는 물건비에는 업무추진비, 실비변상경비, 여비교통비, 임차료, 유지비 등이 포함된다.

물건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신한은행(7099억원)으로, 이들 은행의 평균 지출액인 5845억원을 1000억원 이상 웃돌았다.

KB국민은행(6746억원)과 우리은행(6517억원)도 나란히 6000억원 이상의 물건비를 썼다.

우리은행의 1~3분기 누적 물건비는 실제 집계액을 적용한 다른 은행과 달리 1(1~3월), 2분기(4~6월) 평균 물건비인 2172억원을 기준으로 3배수를 추산한 규모다.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물건비는 각각 4570억원, 4295억원으로 평균치 보다 낮았다.

전체 판관비는 통상 매년 인건비 증가분의 영향으로 증가세를 타지만, 물건비는 최고경영자의 경영방침이나 회사 차원의 노력에 따라 절감의 여지가 충분하다.

그러나 국민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등 3개 은행의 물건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2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보다 업무추진비를 많이 사용했거나, 시설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렸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3분기 4051억원이었던 지출액이 244억원(6%)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해당 기간 하나은행도 물건비가 192억원(4.4%)증가했으며, 국민은행 역시 31억원(0.5%) 늘었다.

은행들이 각종 비용 절감을 내년도 경영전략의 기본 과제로 꼽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건비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건비에 대한 씀씀이를 줄일 필요가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사실상 같은 상품임에도 복잡하게 나뉘어져 있는 상품 구조도 단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들 은행과 달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물건비 지출액을 줄여 대조를 이뤘다.

그 중에서도 우리은행은 지난해 1~3분기 9160억원에 달했던 물건비가 2543억원(28.9%)이나 감소했다.

신한은행 역시 3분기 누적 물건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 7258억원에 비해 159억원(2.2%) 감소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6월 취임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강력한 비용 절감 의지가 물건비 추이에 반영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며 “이 회장의 경우 회장 전용 차량을 반납하고 행장 전용 차량만 이용하고 있고, 최근에는 본부 부서장들도 차량을 반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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