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하우스푸어 고통 최고조

2013-11-1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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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팔려 속속 경매로… 경매물건 증가에 매매 위축 '악순환'

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부동산 경기침체 속에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는 한편으로 '하우스푸어'들의 고통도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

하우스푸어들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아 속속 경매로 넘어가고, 이에따라 경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되레 매매시장의 거래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벌이지고 있는 것이다.

◆경매시장 '최고', '최다', 하우스푸어 '최악'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은 연일 '최고', '최다'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낙찰가율은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경매물건은 역대 최다량이 쏟아졌다.

13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82%다. 싼값에 집을 구하려는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입찰경쟁률 역시 7.4대 1에 이른다. 지난 1월(74.1%, 5.5대 1)과 비교해도 크게 오른 수준이다.

경매시장의 거래량을 의미하는 낙찰율 역시 42.5%에 이른다. 낙찰율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줄곧 40%대를 밑돌았지만 4·1 대책 발표 이후 40%대를 넘어섰다.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6~7월 잠시 주춤했지만 8월 이후 다시 40%를 넘어섰다.

반면 담보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전월 대비 28% 증가한 3024건으로,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최다량이다.

이 같은 경매물건 증가는 하우스푸어가 지속적으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파주·김포 등 2기 신도시에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침체를 겪으며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침체→경매증가→거래침체…악순환 고리 끊어야

이러한 현상은 경기도 고양·파주·용인 등 수도권 외곽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가좌마을7단지 꿈에그린 아파트의 경우 지난달에만 6건이 경매로 매각되는 등 올들어 총 52건이 경매시장에서 낙찰됐다. 반면 매매시장 거래량은 총 12건(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에 그쳤다. 

이 아파트 전용 134㎡는 올해 낙찰된 물건만 총 32건에 달한다. 반면 매매시장에서는 단 2건만 거래됐다. 경매 낙찰가는 3억5000만~4억원 수준인데 비해 매물은 4억~4억5000만원에 나오고 있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위시티블루밍 5단지 아파트는 전용 101㎡의 경우 올해 6건이 경매로 매각됐지만 매매시장 거래는 3건에 불과하다. 매매가 역시 지난해 말 5억3000만원에서 현재 4억35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 아파트의 올해 경매 낙찰가는 3억7500만~4억원이다.

이밖에 파주, 용인, 남양주 등의 지역에서 비인기 단지의 매매거래는 10여건 안팎에 불과한 반면 경매 낙찰 건수는 수십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거래가 많지 않은 비인기 지역의 경우 하우스푸어들의 집이 경매에 많이 나온다"며 "비인기 지역의 수요는 한정적인데 경매시장에서 소화가 되면서 매매시장은 더욱 거래가 안돼 하우스푸어들의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결국 매매 활성화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4·1 대책 및 8·28 대책이 매매시장에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왔지만 인기 단지의 급매물이 소화된 정도이고, 하우스푸어들이 몰려있는 비인기 지역의 경우 거래가 안된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부동산 관련법의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고수들이 매매시장보다는 경매시장을 선호하는 것"이라면서 "매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생애최초주택구입자 혜택을 연장하고 세입자들의 매매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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