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골프는 별로 재미없을 것같다. 상대방이 ‘OK’(기브)를 너무 후하게 주고 있다. 경사진 곳에 남겨진 1m 퍼트도 OK를 줘 버리니 골프치는 맛이 영 나질 않는다. 물론 이 분의 심정을 이해는 한다. 접대를 해야 할 입장이고, 나는 접대받는 사람의 초대를 받아 왔으니, 무조건 우리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몇 홀을 지나고 나서 이 분의 골프를 판단해 보니, 단순히 우리에게 접대를 위해서 이러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 분은 처음부터 골프를 잘 못 배운 것같다. 1m 퍼트는 으레 OK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골프라는 게임에 매료되어 배운 것이 아니라 사업상 필요로 하는 것이라 연습도 하지 않고 말 그대로 사교의 일환으로 골프장에 나오는 분이었다. 골프를 진정 사교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골프에 대한 공부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클럽 들고 볼만 잘 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게임 운영의 묘미도 잘 살려야 한다는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OK라고 하지만 원래 영어로는 ‘김미’(gimm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것은 ‘기브 미’(Give me)를 축약한 것으로서 “Will you give me that one?”의 뜻이다. 즉, “다음 스트로크에서 홀인한다는 것을 인정해 줄래?”의 뜻이다. 그래서 “Gimme?”라고 물어오면 “Pick it up.”(집어드세요)이라고 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프룰 북에서 상대방의 다음 스트로크를 홀인으로 인정하는 공식 용어는 ‘컨시드’(concede:인정하다)다.
그런데 이 OK를 잘못 운영하면 동반자 사이에 불화의 원인이 된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OK를 주는 것에 일관성있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원칙을 꿋꿋이 밀고 나가야 한다. 이것은 OK를 인정해주는 거리에 대한 원칙이다. 너무 후하게 주면 골프치는 맛이 떨어지고, 너무 박하게 하면 원성을 사게 된다. 명문화된 골프의 역사가 600년 가까이 되니, 그 세월동안 OK를 줄 수 있는 합당한 거리에 대한 고민이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정립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OK 거리’가 있다. 바로 퍼터의 손잡이를 뺀 샤프트 길이 이내에 들어오는 것이 OK 거리다. 영어로는 이것을 ‘inside the leather’라고 한다. 과거에는 퍼터 손잡이를 가죽끈으로 감아서 사용했기 때문에 ‘퍼터 헤드에서부터 가죽 손잡이까지’라는 뜻이 된다.
정리하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OK는, 평지에서 50∼55㎝ 이내의 퍼트에서 주어진다. OK를 주는 이유는, 뻔히 들어갈 퍼트이니 시간 절약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사장님과 골프칠 때는 OK 거리가 달라진다. 어떻게 달라지냐고? 그림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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