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두서의 자화상을 터럭 한올까지 완벽하게 그린 화가 강형구가 그림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8일부터 청담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에 윤두서의 자화상과 자신의 자화상을 나란히 걸었다.
그동안 빈센트 반 고흐, 오드리 헵번, 메릴린 먼로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을 살아있는 듯 그려낸 작품과는 또다른 분위기다.
알루미늄판에 새겨진 윤두서의 자화상은 마치 3D를 보는 듯 조각 같은 입체감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터럭 한 올까지 정확히 묘사한다”는 전통 초상화의 원리를 따랐다고 했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국보 제 240호 지정될 정도로 우리나라 초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이다. 수염을 한올한올 섬세하게 표현해 세필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강형구가 재현한 '윤두서의 자화상'과 자신의 자화상의 이글이글한 눈빛 대결도 볼만하다.
붉은색에 담긴 노려보는 강렬한 눈빛의 작가의 자화상은 그의 열정과 고집 자신감 가득한 의지가 분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경계하기위한 옐로카드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작가는 '크리스티 홍콩이 사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극사실적인 초상화가'로 등극한 그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세밀하고 섬세한 작품으로 '미쳤다'는 평가를 받을정도다.
특히 영혼이 있는 듯 감상자를 뚫어볼듯 바라보는 인물들의 눈빛은 압도적이다. 그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작업방식도 독특하다. 얼굴을 알루미늄판 위에 에어브러시, 못, 드릴, 이쑤시개 등 날카로운 도구로 긁는 방식으로 그린다.
노려보는 눈빛이 강렬한 뒤의 그림은 강형구작가가 붉은색에 담아낸 자신의 자화상이다./사진=박현주기자
이번 전시는 2011년 싱가포르 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대규모 개인전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21세기판 윤두서'로 각인될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최근 작업한 신작 13점과 드로잉 30여점을 선보인다.
그의 기존 작업이 유명 인물의 초상을 극사실주의적 기법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출품작들은 특정 인물에 각인된 시대성이나 본질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한 작품도 선보인다. 화면 전체를 극사실적으로 그리고 나서 부분적으로 지워가는 방식으로 특정 부분만 세밀하게 두드러지도록 표현한 점이 특징이다.
지난 9월 미국에 사는 딸을 만나러 가서 한 달가량 여행하며 매일 그린 드로잉 100여 점 가운데 30여 점과 오귀스트 로댕, 메릴린 먼로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조각 작품도 전시한다.
2006년부터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한국,아시아 대표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는 오는 24일 열리는 세계 컬렉터들이 모인다는 크리스티홍콩 이브닝 경매에 그의 '앤디워홀'작품이 출품돼 화제다. 전시는 12월20일까지.(02)541-5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