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국회예산정책처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기획재정부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활동 통계 일부를 OECD에 제공하지 못했다. 다국적기업의 경영활동 통계 항목에는 기업의 부가가치, 손익, 수출입, 연구개발 투자 등이 포함된다. 기재부는 다국적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현황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석탄수급과 전력, 열수급 통계를 제공하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예산이 부족하고 기술 등의 제약으로 통계를 작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예산이 부족하고 국제기준이 한국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OECD가 요구한 교육통계를 만들지 못했다. 미제출된 교육통계에는 △교육프로그램 목적별 국제이동 학생수 및 외국인 학생수 △국제교육분류 체계에 따른 교육기관 분류 △교육 단계ㆍ프로그램ㆍ기관 유형 및 재학방식별 학생수다.
보건복지부는 OECD가 요구한 보건의료 지표 일부를 만들지 못했다. 국제 기준이 한국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OECD가 요구한 자료는 65세 이상 고관절 골절수술 원내 대기시간, 시술과정에서 신체 내 물질이 남아있는 지 여부와 같은 환자 안전지표다.
금융감독원은 혜외예적금, 해외채권 등이 포함된 사적연금통계를 마련하지 못했다. 자산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은 제도적으로 파악이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은 대출금 및 채권의 장단기 구분, 상장 여부별 주식, 개인 보유 실물 자산 등을 묶은 자금순환 통계를 제공하지 못했다.
한국은 작년 말 기준 국제연합, OECD, 국제통화기금, 세계보건기구 등 11개 국제기구에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OECD에 통계를 제공하는 기관 수는 기획재정부, 통계청을 비롯해 12곳으로 가장 많다.
◆정부 기관별 통계 작성 능력 차이 심화
한국이 OECD에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능력은 비교적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러나 각 기관별로 능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인실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가 발표한 '국가통계체계에 대한 소고'란 논문에 따르면, 정부가 OECD가 요청한 통계 제공율은 지난 2009년 96%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사업 및 서비스업 구조통계', 한국은행의 '연간국민계정 통계'와 '자금순환통계', 금감원의 '은행관련 통계' 제공율은 평균 70%를 밑돌고 있다.
이인실 교수는 "2009년 제공 비율은 OECD국가들과 경제사회 현상 차이를 감안하면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국가통계와 국제기구의 정합성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는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 통계 방식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OECD국가 가운데 한국, 미국, 일본은 분산 통계시스템을 쓰고 있다. 각 부처에서 통계 담당자가 통계청에 자료를 제출하면 국가 통계에 반영되는 식이다. 그러나 각 부처 통계 담당자의 교체 주기가 잦아 통계 작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캐나다, 영국, 뉴질랜드 등은 중앙 통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이들 국가는 한국보다 통계 업무 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인실 교수는 "정부부처는 단년도 예산방식으로 예산을 운영하다보니 새로운 통계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며 "그 결과,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통계가 양적으로 균형있게 발전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한국 주요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는 국제기구 통계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제기구가 요청하는 통계와 한국의 국가통계가 어느 정도 정합성을 가지고 작성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