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철강·IT 분야는 물론이고 식품·외식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14억 중국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최신 IT 업체들은 최근 중국에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각각 중국 내 라이벌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기반으로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베이징 스마오톈제에서 중국 현지 미디어와 관계자들을 초청해 대대적인 신제품 공개행사를 열었다. 갤럭시 노트3와 함께 출시한 웨어러블(몸에 차는) 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중국 시장에 출시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중국 현지 갤럭시 노트3 홍보대사인 배우 자오웨이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1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인 소니도 반격에 나섰다. 상하이에서 현지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소니는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 2013'에서 자사 웨어러블 기기인 스마트워치2를 발표하고 중국 IT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철강 분야에서의 한·일전도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최근 신규 고로 가동 준비를 마치고 생산단가를 낮추며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포스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광양 1고로를 개보수했고, 현대제철은 당진 3고로 가동설비 투자를 완료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인수를 통해 자체 경쟁력을 더 강화했다.
아베노믹스를 등에 업은 일본 철강업체들도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아울러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중국 철강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철강업계는 대표적 철강업체인 JFE 홀딩스와 신일철주금 등의 수출실적 호조에 힘입어 지난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20%에 달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을 두고 현대·기아차와 일본 자동차업체 간의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완성차 업체 중 하나다. 실제로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신장률은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13%와 14%를 달성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9월까지 중국에서 현대·기아차는 무려 116만대를 넘게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25%가량 성장한 셈이다. 이렇다보니 판매목표도 당초 147만대에서 대폭 상향 조정됐다. 현지 공장 가동률은 100%를 넘어섰지만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해 물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본차 업체들도 바짝 긴장한 눈치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현지 전략형 모델을 잇따라 출시하며 판매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일본차 업체들은 생산 및 유통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중국 독자 브랜드 확대를 통해 판매량을 높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소비 트렌드를 쉽게 엿볼 수 있는 식품업계에서도 한·일 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신라면을 앞세운 농심의 중국법인 매출은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누적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1999년 상하이 공장을 독자법인으로 전환한 이후 15년 만이다. 초코파이를 앞세운 오리온의 지난해 중국법인 매출은 1조13억원을 기록했다.
바나나우유로 무장한 빙그레와 비빔밥·불고기 등을 앞세운 CJ푸드빌도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도 바라만 보지 않겠다는 의지다. 일본 기업들은 독자적인 유통망을 확보한 한국과 달리 중국 최대 식품기업인 캉스푸(康師傅)유한공사와 동맹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대만계인 딩신(頂新)그룹 계열사인 캉스푸는 중국 내 최대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홀딩스는 최근 캉스푸와 함께 상하이와 항저우에 분유회사를 공동 설립하고 중국 가공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일본 최대 스낵 기업인 가루비는 중국 현지에서 즉석면을 생산해 캉스푸에 중소상점 판로 개척을 위탁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14억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한국과 일본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며 "중국에서의 경쟁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좌우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계속해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