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메리온GC 10번홀(파4) 그림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 골프·인생·주식투자의 공통점은? 위험이 높을수록 보답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프로골퍼들은 방어적으로 코스를 공략하다가도 승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순간에는 공격적으로 나가곤 한다. 특정 홀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파4홀도 ‘위험-보답 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투어측은 특히 우승을 결정하는 최종라운드에서 파4홀을 260∼300야드로 셋업하는 일이 잦다. ‘드라이버블(drivable) 파4’다. 볼을 똑바로 보낼 자신이 있는 장타자들에게 ‘1온’ 시도의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다.
지난주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가 대표적 사례다. 이 대회는 중국 상하이 인근의 쉬산인터내셔널GC에서 열렸다. 최종일 그 코스의 16번홀(파4) 길이는 276야드였다. 원래 챔피언티 길이는 288야드였으나 홀을 그린 앞쪽에 파는 바람에 더 짧아졌다. 15번홀까지 1타차 선두였던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 홀에서 3번아이언 티샷을 홀앞 20m지점에 갖다놓은 후 칩샷을 그대로 홀에 넣었다. 우승을 확정짓다시피한 파4홀 이글이었다.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인근 TPC 하딩파크에서 끝난 미국PGA 챔피언스투어 찰스 슈왑컵 챔피언십에서도 비슷한 코스셋업을 볼 수 있었다. 이 곳의 16번홀(파4)은 1∼3라운드에서는 339∼342야드로 셋업됐다. 그러나 주최측은 최종 4라운드에서는 티잉그라운드를 앞으로 당겨 255야드로 만들었다. ‘자신있는 사람은 1온을 노려라’는 시사였다. 미PGA투어 시절 장타자였던 케니 페리(53·미국)는 드라이버샷을 홀옆 3m에 떨군후 버디를 기록했다. 프레드 커플스(54·미국)는 우승을 목전에 둔 때문이었는지 레이업을 했으나 데이비드 프로스트(남아공)는 과감한 공략으로 이글을 잡았다.
두 홀 모두 16번홀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골프대회 승부는 최종일 후반에 결정된다’는 말처럼 막바지에 승부처를 두어 갤러리들에게는 흥미를, 선수들에게는 역전기회를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인천 송도의 잭 니클라우스GC는 개장한지 몇 년 안됐는데도 2015년 프레지던츠컵을 위해 코스 리뉴얼에 들어갔다. 그 중 14번홀(파4)을 가장 많이 개조한다. 이 홀은 페어웨이가 두 개이며 그린 주위에 워터해저드가 있다. 현재는 챔피언티 길이가 361야드이나 리뉴얼 후에는 300야드로 짧아진다. 장타자들은 그린을 향해 곧바로 티샷을 날리라는 뜻이 담겼다.
올해 US오픈이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메리온GC의 10번홀도 짧은 파4홀로 유명한 곳이다. 이 홀의 챔피언티 길이는 303야드다. 그린으로 갈수록 왼편으로 굽어있어 실거리는 더 짧다. 280∼290야드를 정확히 치면 볼을 그린에 올릴 수 있다. 그린 주위에 해저드가 많았으나 드라이버로 공략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파4홀인데도 나흘간 이글 4개가 쏟아졌다.
지난달 코오롱 한국오픈을 개최한 우정힐스CC 6번홀(파4)도 길이를 330야드로 줄였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김태훈, 강성훈 등 장타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배려였다. 그러나 올해 대회에서 직접 그린을 노린 선수는 없었다고 한다.
길이 260∼300야드의 파4홀은 단타자들에게도 파(또는 버디)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모든 골퍼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미국 메리온GC 10번홀(파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