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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영국에서 10년을 살았고, 영국 골프 구력은 6년이다. 한국에 귀국하여 첫 라운드를 하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웬 OB가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해저드 룰은 도대체 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벙커의 발자국은 왜 수리하지 않고 그냥 가는지, 스코어는 왜 스스로 적지 않는지….
7년이 지난 지금은 충분히 이해한다. OB가 많은 이유를, 그리고 골프룰을 완전히 무시하고 ‘OB티’라는 것을 만들어 놓은 이유를…. 그렇지만 할 수 있는 것을 안하는 잘못된 관습에 대해서는 이젠 꼬집어서 이야기 할 때도 됐다. 몇 가지 사항 중에서 오늘은 볼을 드롭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볼을 드롭할 때에는 룰에 의해서 명확하게 정해진 곳에 팔 펴고 어깨 높이에서 드롭해야 한다. 그런데 주말 라운드를 해 보면 너무 많은 골퍼들이 이 어렵지 않은 룰을 모르거나 무시한다. 그냥 살짝이 드롭하거나 발로 툭 차서 원하는 곳에 보내기도 한다. 특히 어느 한쪽이 접대를 받는 ‘접대 골프’에서는 이런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진다. ‘기왕 드롭하는 거 좋은 곳에 드롭하시라’는 것이다. 그럴거면, 그냥 “이번 홀은 그냥 파로 기록하시죠. 연습삼아 드라이버 치고 아이언 세컨드샷하고 퍼팅그린에서도 그냥 기브(OK) 받고 연습하시라”고 하면 된다. 이게 무슨 골프인가?
그래서 접대받는 것에 익숙한 골퍼들은 골프룰을 전혀 모른다. 골프 매너도 잘 모른다. 접대를 하는 측에서 아무도 잘못을 지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분들이 국가기관의 고위직이라면 구력이 아무리 오래됐다고 해도 외국인들과 사교 라운드하다가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은 스스로 골프 룰과 매너에 대해서 공부를 하든가, 혹은 편하게 터놓고 지내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런 친구와 함께 라운드하면서 골프룰과 매너에 대해서 정확한 피드백을 달라고 주문해 배워야 한다.
볼을 드롭하는 것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몰라서 그랬던 것은 어쩔 수 없더라도 알면서 그러지는 말자. 드롭하는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골프룰 20-2a에 의해서 1벌타이고, 엉뚱한 곳에 드롭하면 골프룰 20-2b에 의해 2벌타이다. 그래서 총 3벌타를 받을 행동을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올바른 골프 문화를 선도해 나간다는 자부심에서라도 아는 골퍼들이 제대로 솔선수범하자. 그래야 초보자들이 보고 배운다. 그리고 볼을 드롭할 때에는 골퍼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동반자가 해서도 안되고 캐디가 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골프가 그래도 상류층의 스포츠이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다. 상류층일수록 스스로 지킬 것을 지키는 것이 선진국이고, 그렇지 않고 상류층일수록 비리가 심하고 혼탁한 것은 후진국이다. 솔직히 말해 골프라는 관점에서만 봐서는 후자가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한국 여자 선수들이 미국LPGA투어를 석권하고 있지만, 한국의 상류층 골퍼들은 ‘룰 무식’ ‘매너 꽝’으로 스스로의 품위를 떨어뜨려야만 할 것인가? 이제 바뀔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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