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로부터 1년 만에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3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KT는 지난 2008년 전임 남중수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사퇴한데 이어 ‘구원투수’로 들어온 새 사령탑인 이 회장도 비슷한 상황 속에서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회장은 1968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진출했다. 5공화국 시절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으며 만 40세가 되기 전에 청와대 부이사관으로 발탁되는 등 5·6공 시절 경제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한 엘리트 경제관료로 분류된다.
특히 그는 김영삼 정부에서 정통부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는 등 ‘막강 실세’로 통했지만 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통부 장관 시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등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청문심사 배점방식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3년간 미국에 체류하다 2001년 3월 자진귀국 형식으로 돌아온 이 회장은 PCS 사업자 선정의혹과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으나 항소심을 거쳐 2006년 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또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재직하던 당시 한보그룹 불법대출 연루 의혹도 받았지만 이 회장은 최근 르완다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그때 언론이) 미안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언론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후 이 회장은 기업 사외이사와 대학 초빙교수 등 신분으로 ‘야인’ 생활을 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2008년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이어 이듬해 1월 14일 전임 남중수 사장의 구속으로 공석이 된 KT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회장은 KT 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이동통신 자회사였던 KTF와의 합병을 추진했다.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은 KT를 회장 중심의 사업별독립경영(CIC) 체제로 전환했고, 자신의 직함을 대표이사 사장에서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격시켰다.
그는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해 2015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었으나 올해 2월과 10월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수사 대상이 됐다.
이 회장은 이날 사퇴 이메일에서 “투명하고 혁신적인 회사로 kt를 거듭나게 하는 것을 마지막 소명이라 생각해 왔고,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었다”면서 “지금 KT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뚝 서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또 르완다 등 아프리카에서 초고속 정보화 고속도로 구축사업 등 글로벌 진출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는 점 등을 거론하며 임직원들의 분발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재임기간 KT는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이동통신 시장에 활력이 되는 가운데서도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부진한 실적을 거두는 등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동통신 3사의 3분기 실적을 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U+)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각각 1%와 2.1% 늘어났지만, KT는 거꾸로 7.3% 마이너스 성장을 거뒀다.
이 회장 재임 당시 KT에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많이 들어왔다는 것도 논란의 핵심이다.
민주당 최민희 의원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 시절 KT에 들어온 낙하산 인사가 36명에 달했다.
이 같은 비판을 고려한 듯 이 회장은 “임원의 수를 20% 줄이고,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내에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