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출시된 폭스바겐의 신형 골프의 모습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인 수입차 업계가 차량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인기 모델은 ‘차가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BMW, 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차 업체들은 이미 상반기에만 1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차 업체인 도요타도 7000대를 넘어섰다.
특히 폭스바겐과 BMW 등 독일차 업체들은 최근 출시된 신차의 인기에 힘입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신형 골프를 내놓은 폭스바겐은 계약이 쇄도하면서 내년 3월 이후에나 차량 인도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색상을 선택하면 그 이상의 시간도 소요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BMW도 신형 5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사전 물량을 확보했지만, 계약이 급증하면서 차량 인도까지 한 달 이상의 출고 물량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차발표회를 시작으로 내달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랜드로버코리아의 올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도 지금 계약하면 내년 2월 이후에나 출고가 가능하다.
반면 혼다와 닛산 등 일본차 업체들은 내년 년식 변경 신차의 출시를 앞두고 본사가 생산량을 줄이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업체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은 본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일부 신차의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신규등록대수가 전달보다 감소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9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1만2668대로 8월보다 9.4% 줄었다. 월간 판매 순위도 폭스바겐이 벤츠와 BMW를 넘어서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일부 업체의 물량 부족으로 전월보다 신규등록 대수가 감소했다는 게 KAIDA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모델일수록 국내 출시 시기도 늦어지고 있다. 최근 닛산이 출시한 쥬크는 국내 형식승인 이후 판매까지 무려 1년의 시간이 소요됐으며, 벤츠가 지난 7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신형 S클래스도 국내 출시일이 늦춰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공급량과 판매량을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고 얼마나 안정화할 수 있는가가 올해 수입차 업체의 성적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입차 누적 판매량을 보면 BMW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벤츠와 폭스바겐, 아우디가 매월 근소한 차이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어떤 업체가 본사로부터 안정적으로 차량을 공급받을 수 있느냐에 향후 수입차 시장의 순위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