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발 600m 중산간 채석장 공사로 ‘몸살 중’

2013-10-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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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3-1, 오는 2017년까지 허가 신청<br/>채취된 돌 등 80%이상 강정해군기지 공사장에 투입

아주경제 진순현 기자=제주도 중산간 일대가 난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환경의 ‘마지노선’이나 다름없는 산록도로 북쪽 해발 550~635m 한라산 코 앞에서는 연일 땅을 파헤치는 채석장 공사로 인해 각종 소음과 비산먼지로 인한 심각한 환경문제가 원인이 되고 있다.

채석장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 3-1에 전체임야 31만2264㎡ 가운데 8만4029㎡에 대해 오는 2017년 3월까지 대규모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채취된 돌 등의 80% 이상은 제주해군기지 공사장에 공급되고 있다.

7년째 국민적 갈등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해군기지 사업이 바다를 파헤치더니 이제는 천혜의 환경의 보고인 중산간지역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또, 환경문제를 이유로 이곳과 상황이 비슷한 롯데 제2관광단지 사업시행 승인을 거부했던 도가 환경 경관 파괴 우려가 더 큰 채석장 사업을 허가한 배경과 과정에 의혹이 쏠린다.

환경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산록도로 북쪽에 채석장을 허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관광개발이 아닌 임산물 채취”라는게 행정당국의 답변이다.

중산간의 가치와 환경·경관에 대해서 공무원의 의식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문제의 채석장은 산록도로 북쪽에 있는 서귀포 광역쓰레기매립장에서 길을 따라 500m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 곳은 동남쪽에 녹하지악, 서남쪽 모라리오름, 북쪽으로 백록담이 있는 초지로 전형적인 중산간지역의 풍광을 보여주며 근처에 서남쪽으로 내려가는 예래천 발원지가 있는 곳이다.

시공사 B산업은 지난 2007년부터 이 사업을 준비해왔으며 사업장 진입로 문제로 2년여에 걸친 행정소송 끝에 승소하고 사전환경성검토와 산지관리위원회 심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업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채석장 사업허가가 이뤄지고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해 10월부터 천공기와 로우더, 굴삭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본격적으로 토석 채취작업을 벌이면서 한라산 턱밑 해발 600m 지역 중산간지역 한복판이 훼손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토층이 두터워 45m 깊이까지 파들어가 토석을 채취하면서 마치 깊은 계곡을 방불케한다.

계획대로 오는 2017년까지 토석채취가 이뤄질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토석채취가 끝난후 나무를 심는 등 복구한다지만 수려한 중산간의 모습을 되찾기는 불가능하다.

도와 서귀포시는 이 사업을 허가한 이유로 제주해군기지와 애월항 2단계 개발사업 등으로 인한 도내 골재부족 현상을 내세웠다.

도 산지관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이 이 사업의 타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1차 보류 후에 2차심의에서 통과됐다.

앞서 1년전에 이뤄진 다른 채석장 사업을 짜깁기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전환경성검토도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

이곳에 일단 손을 댄 만큼 앞으로 채석장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또, 이곳과 유사한 지역에 채석장 사업허가 신청이 들어올 경우 형평성 문제를 감안하면 불허할 명분도 약해졌다.

때문에 제주 환경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산록도록 북쪽 중산간지역이 관광개발에 이어 채석장으로 몸살을 앓게 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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