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개콘-좀비 프로젝트'를 보고 '월드워Z'가 생각난다면

2013-10-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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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좀비 프로젝트'[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소리에 예민한 좀비를 한 곳으로 유인해 한 번에 폭파시켜 죽이는 장면. 김준호와 정태호의 대사와 움직임을 보고 이 장면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13일 밤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좀비 프로젝트'는 지난 추석에 방송된 '당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개그콘서트'에서 '군대온 걸'과 함께 부활을 놓고 경쟁했던 코너다. 좀비를 흉내내는 과장된 몸짓과 어눌한 발음, 두 사람의 찰떡 호흡에 빛나는 능청스러운 연기가 단연 압권이다.

(김)준호 좀비와 (정)태호 좀비는 서울에 나타난 인간을 다 잡아먹어서 세상을 '좀비 월드'로 만들겠다고 소리친다. 마치 두 좀비만 뭉치면 정말 '좀비 월드'를 만들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두 좀비는 사소한 것에 '좀비 월드' 만들기 프로젝트를 포기한다. 준호 좀비는 생닭을 먹으라는 태호 좀비에게 "이걸 어떻게 먹느냐. 네가 먹어라"라고 말했고, 태호 좀비는 "난 채식주의자다"라고 말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허기진 배를 움켜쥔 좀비가 '채식'을 운운하다니. 둘의 반전 개그에 웃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이다.

지나가는 여성 김나희 보고 다가가지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섹시하다며 잡아먹기를 포기하는 준호 좀비의 모습, 마치 당장에라도 죽일 것처럼 위협하지만 김나희의 다리를 가려주는 태호 좀비의 모습은 또 얼마나 웃기던지.

'월드워Z'’를 연상케 하는 장면은 그다음이다. 두 좀비를 잡으러 온 경찰의 대사가 바로 그것인데, "좀비는 소리에 민감하니 조용히 해야 한다. 소리로 유인해야 한다"는 대사다. '월드워Z'에서 소리로 좀비를 유인하는 브래드 피트의 모습을 따라했다.

또 준호 좀비와 태호 좀비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월드워Z'를 연상케 하는 대사를 차치하더라도 좀비 특유의 몸짓을 흉내내는 모양새는 영화 속 좀비와 비슷하다. 차력이나 각기, 그것도 아니라면 브레이크 댄스 쯤에는 비유할 만한 목을 비틀고, 박자에 맞춰 몸을 '뚝뚝' 끊어 걷는 모습은 '월드워Z'를 패러디한 것이 확실하다. 특히 태호 좀비의 '파워 각기'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좀비 묘사가 훌륭하다. '저렇게 몸을 비틀 수 있었다니' 그들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다.

꼭 '월드워Z'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좀비 프로젝트'는 둘의 열연만으로 값진 재미를 선사한다. 여기에서 궁금한 한 가지. 준호 좀비와 태호 좀비는 브래드피트의 '월드워Z'를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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