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부의 경제·금융 핵심 수장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통해 동양사태의 선제적 해결보다는 시간을 벌어주며 자체 해결 기회를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의 '방치'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 추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의 부실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에 소홀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기 때문이다.
동양그룹은 2010년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후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고, 금융감독원은 최근 들어 금융위원회에 주채무계열제도 개선을 제안한 것이다.
또 정부의 경제·금융 핵심 수장들이 동양그룹 사태에 안일하게 대처한 사실도 알려졌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이 동양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비공식 모임을 갖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현 회장이 오리온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것은 물론이고, CP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고,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것이다.
오는 17~18일 진행될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와 금감원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금융당국의 '방치 행태'가 집중적으로 비판 받을 전망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일부 금융기관 및 금융사 수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 의혹과 관련해 정무위 의원들로부터 추궁받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이젠 관치가 아닌, 금융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금융당국의 방치에 대한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무사안일과 동양그룹의 도덕적 해이가 피해를 더욱 키운 것 아니겠냐"며 "특히 관리·감독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를 방치해 온 금융당국은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더 이상 부실기업을 방치할 경우 '제2의 동양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두산, 한진, 동부그룹 등에 대해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동양그룹과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의 통제권 밖에 있는 주채무계열 제외 기업들이다. 한편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8일 동양사태와 관련 금감원에 국민검사청구를 접수했다.
조남희 금소원 대표는 "4만9000여명 피해자 전수조사와 동양그룹 CP 및 회사채 발행의 적법성,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계열사 사장의 책임 등을 묻기 위한 것"이라며 "국민검사청구가 기각될 경우 행정소송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