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파만파 커진 동양그룹 사태 역시 '깨진 유리창'이 곳곳에 있었다. 취약한 재무구조가 시발점이다.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던 금융 계열사 동양증권도 침묵했다.
동양그룹이 비금융 계열사끼리 기업어음(CP)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관계사 CP를 해마다 1조원어치 내외로 인수·중계했다. 이같은 거래는 STX그룹을 제외하면 국내 대기업집단에서 지금껏 볼 수 없던 사례다. 부도 사태를 낸 웅진그룹조차 계열사끼리 CP를 사거나 팔지 않았다.
그러나 증권사 리서치센터 가운데 동양증권 기업보고서를 낸 곳은 작년 7월 이후 없다. 동양증권은 자기자본 1조3000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10위권 내 기업이다. 증권사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동양그룹 리스크가 크다는 점 때문에 동양증권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부도가 난 STX그룹도 같은 이유로 증권사는 손사래를 쳤다.
동양증권과 금융감독원도 이번 사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동양증권은 불완전판매를 해왔고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이미 제재를 내렸다. 그러나 재차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금감원은 동양증권이 2011년 6~11월 위탁자로부터 서면에 의한 구체적인 투자대상을 지정받지 않은 채 4329억원 규모 계열사 CP를 소유하는 특정금전신탁 계약 7211건을 전화방식으로 체결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 불완전판매신고센터에 접수된 동양그룹 사태 관련 민원이 8000건에 육박하고 있다. 60대 이상 고령자 민원만 이 가운데 20%에 이른다. 결국 금감원, 동양그룹, 증권사가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내버려둔 결과,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피해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 것이다.